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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요금 이익 논란에 일반승객 피해 우려

광역·도시철도 사업자간 갈등으로 비화된 연락운임 정산 논란은 수십년간 쌓여왔던 주먹구구식 정산 방식하에서 이미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 1986년 '도시철도법'은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등 2개 기관만 있었을 당시 연락운임 정산에 대해 '당사자간의 협의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국토교통부장관이 결정한다'는 조항도 있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조항 신설 당시엔 운영기관이 2곳에 불과했던 데다 철도 환승구조가 단순해 협의도 수월했다. 그러나 정산 규정 방식은 80년대 첫 규정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최근들어 수도권에만 민자사업자들까지 뛰어들어 무려 9개 기관으로 늘었고 환승 구조도 복잡해져 정산구조 계산법는 복잡다단해졌다는 점이다.

■환승요금 배분방식 놓고 기관별 이기주의 고질화

우리나라 지하철 통합요금 체계를 살펴보면, 가령 일반 승객이 계양역에서 최종 종착지인 고속터미널까지 갈 경우 여러차례 도시철도를 갈아타게 되는데 개인 성향에 따라 한 가지 경로가 아니라 다양한 조합이 나타나게 된다. 어느 노선으로 갈아타느냐에 따라 연락운임 정산을 놓고 각 기관들간 이익배분에 편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우선 일반 승객이 타게 되는 첫 승차기관의 사업자가 교통요금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일반 승객이 여러번 환승하게 되면 다른 사업자들이 돈을 추가로 더 받게 되고 첫 승차기관 사업자는 그만큼 돈을 내놔야 한다. 결국 연락운임 정산 기간이 임박하면 돈을 추가로 더 받게 되는 사업자와 돈을 내놔야 하는 사업자로 나뉘는데 기관마다 이익을 더 챙기기 위해 갈등을 빚는 것이다.

그런데 2009년 이전 수도권 도시철도는 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인천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4개 기관이었으나 이후 서울 9호선, 공항철도, 신분당선, 의정부·용인 경전철 등 무려 5개 기관이 급속도로 늘었다. 이에 2009년 전까지는 가급적 협의 기관이 적은 데다 계산방식이 비교적 단순해 1∼2년 단위로 비정기적으로 단순계산을 통해 정산을 치뤘다. 그러나 2009년 8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기관간 정산 방식을 놓고 현재까지 대치국면에 빠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

급기야 7개 기관이 합의를 통해 제3기관인 서울연구원에 정산문제를 풀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겨 해법모색에 나섰으나 결과물을 놓고 일부 기관들이 반발에 나섰다.

서울연구원은 이에 대해 기관들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해 구간별 환승 경로를 다각도로 분류하고 연락운임을 정산하기 위한 모형을 만들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주먹구구식으로 1∼2년 뒤에 정산하는 데 따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아예 일일정산체제로 가기 위한 계산 공식을 산출했지만 운임 정산에서 지불금액이 큰 기관들이 보고서 자체를 부인하면서 대중교통통합정산 방식의 핵심인 일일정산제 도입도 물건너가게 됐다.

■해법 공전 속 기관 부실운영 우려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적의 절충안이 제시됐지만 연락운임 미정산 사태가 해결되기엔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우선 연락운임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는 한국철도공사와 반대로 비용을 토해내야 하는 서울메트로 및 서울도시철도공사간 기관이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지난 70년대부터 이미 벌어진 일이며 이번 정산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우리가 돌려받아야 할 돈이 많은데 협의가 안돼 소송을 걸 수밖에 없었다"면서 "법적인 규정도 사실상 없고 도시철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의 중재에 따르게 돼 있지만 기관들이 서로 이를 인정 안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연구용역결과가 계산 공식 과정에 문제가 있어 수정해서 다시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그 와중에 철도공사에서 소송을 내버렸다"면서 "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게 우리 기관의 입장이며 법적 결과나 국토부 중재를 지켜볼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연락운임 정산이 미뤄지면서 공기업의 부실경영 논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돈을 추가로 받아야 할 기관은 해당 금액을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반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기관은 이를 미지급금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두 경우 모두 미래에 예상되는 유동성 문제를 제때 처리 못하고 수년째 숫자로만 명기해놓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기관들간 반목이 극에 달한 가운데 매듭을 풀어줄 주무부처가 공백상태인 점도 문제다. 당사자간 협의가 불발될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중재를 할 수 있지만 뾰족한 개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도시철도 운영기관들로부터 소송 논란과 중재 요청이 들어왔지만 내용이 너무 복잡해 상황파악을 아직 못한 상태"라면서 "국회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 국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상황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오랫동안 누적된 정산논란에 대해 수수방관하면서 제대로 된 사태파악조차 못하는 등 사실상 업무상 해태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향후 철도 문제 비화. 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

문제는 연락운임 정산 논란이 미궁속에 빠질 경우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광역·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총 9개에 달하지만 통합요금운영체계에는 7곳만 들어와 있다. 나머지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은 통합체계 가입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박준환 박사는 "도시철도 시장파이가 정체된 상황에서 기존 7개 기관이 수익성 검증이 안된 사업자를 통합요금 체계 편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 기관 외에 신분당선 2단계 등 다수의 도시철도와 경전철 노선 확충계획이 추진중인 데다 수도권 대심도 광역철도(GTX) 등 대규모 네트워크 건설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형 연락운임 정산 방식이 확정되지 못하면 신규 사업자들이 통합요금체계에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해당 신규 노선을 이용하려는 일반 소비자들은 환승요금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별도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신규 사업자들도 환승시스템에서 배제돼 사업성 악화에 따른 부실경영에 몰릴 수 있다.

박준환 박사는 "연락운임 정산 논란이 당장 기관들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시급히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