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4)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60)에게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5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9일 서울고법 형사3부(임성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신 전 사장은 "일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고소를 당해 이 상황까지 왔다"며 "지난 3년여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신한을 떠난 뒤에도 현직원들이 저의 무고함을 진술해준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현명한 판단으로 저의 내상과 억울함을 치유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이 전 행장은 "재일동포 주주 김모씨로터 기탁금을 받은 것은 그룹의 발전을 위해 받은 것일 뿐 개인적 사정이나 이해관계는 전혀 없었다"며 "금융인을 명예롭게 마무리하도록 재판부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오전에 열린 공판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1심 때부터 줄곧 증인 출석을 거부해 온 라응찬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관심을 모았다. 다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신한은행 사태의 배경에는 라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라 전 회장은 당시 횡령 혐의 등이 확인되지 않아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라 전 회장은 증언에서 "기억력이 흐려져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까봐 걱정돼 출석을 자제했으나 결자해지 심정으로 출석하라는 권유에 나오게 됐다. 견제기능을 잘못한 나의 불찰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명예회장에 대한 경영자문계악과 자문료는 들어본 적 없고, 3억원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000여만원을 횡령하고 부실회사인 투모로그룹에 430억여원, 금강산랜드㈜에 228억원 등 모두 438억원을 부당대출해 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이 전 행장은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3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실권주 배당 대가로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이들의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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