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그런 건물(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을 만들고 준공식까지 계획했다는 자체가 화가 납니다. 안그래도 초등학생 딸이 걱정돼서 보호관찰소가 이전되길 간절히 바랐는데 몸집만 더 커지고 있네요." (서울보호관찰소 인근 동일 스위트리버 거주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했다. 관찰소 옆에 별도로 신설한 위치추적관제센터는 이날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그 준공식은 연기됐지만 이미 지난해 12월 센터가 완공돼 업무에는 차질이 없다. 이에 대한 조직적인 시위나 항의전화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깊은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은 아니지만 가석방자나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들이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을 받는 곳이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관찰소를 기피·혐오시설로 인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무부는 이날 위치추적관제센터를 신설한 뒤 준공식을 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무산시켰다.
■'쉬쉬'하는 법무부…주민 '발끈'
법무부가 운영하는 서울보호관찰소의 이전과 시설 증축을 둘러싼 주민들과의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날 관제센터의 준공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이 관찰소 자체를 이전하라며 항의에 나선 것. 법무부는 결국 준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법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해 성남보호관찰소 '기습이전' 사태의 영향으로 서울보호관찰소 인근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반발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준공식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찰소 관계자도 "굳이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행사를 밀어붙여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이유로 준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더 괘씸히 여겼다.
동대문구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께 주민들이 동대문 구청장실에 전화를 걸어 "관제센터 준공식 행사가 있느냐"며 항의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인근 휘경 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3)는 "공청회도 없이 관제센터를 만들더니 준공식도 주민들 몰래 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내가 사는 동네에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관찰소가 있는 것도 불안한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신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이기주의 vs. 정당한 권리행사
주민들이 관제센터를 반대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주민들은 착공할 당시부터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관찰소 주변에 7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인접해있고 5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만큼 안전과 교육에 문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관찰소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씨(45)는 "자녀가 있는 부모 중 누가 관찰소를 반기겠느냐"며 "요즘같이 무서운 세상에 우리 아이가 범죄자의 타깃이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제센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를 갖고 관제센터의 역할상 범죄자가 드나들 일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법원에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고 이는 지난달 기각됐다.
이에 관찰소의 한 중간급 관리자는 "관찰소 이전을 주장하던 주민들이 관제센터까지 생기고 나면 이전 가능성이 더 희박해진다고 여겨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관찰소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안전 조치를 위해 치안센터를 설치하는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주민들이 관찰소를 이전시킨 자리에 특목고나 도서관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좀처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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