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보장성보험 강화를 외치는 보험업계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에 전혀 없던 새로운 보장내용들로 무장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유사한 상품들로는 올해 팍팍한 영업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2일 보헙업계에 따르면 기존에는 보험사별로 대부분의 상품 보장 내용이 유사해 보험료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 업계가 쏟아 내는 상품들은 보장 내용을 차별화하고, 보장 범위와 기간을 늘리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올해 첫 영업일이었던 지난 2일 LIG손해보험은 100세 보장을 넘어 최장 110세까지 보장 받을 수 있는 'LIG백년사랑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조건은 태어나서 바로 가입하고 상품변경이나 중도전환이 없을 경우다. 수술비 보장 범위도 대폭 늘렸다. 일반적으로 보장하는 16대 질병에다 담석증과 사타구니탈장, 편도염을 추가해 21가지의 수술비를 보장키로 했다.
동부화재는 국내 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정신질환 치료비를 보장하는 '내생애든든종합보험'을 선보였다.
보험업계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보장은 사실상 손대기 어려운 영역으로 취급됐다.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도 정신질환 관련 치료비나 입원비는 내주지 않는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실 여부를 판단키 어렵기 때문.
동부화재는 "우울증 같은 질환은 더 이상 숨겨야 하는 병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 더 이상 사각지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2002년 월드컵 열풍을 거친 세대를 겨냥해 상품을 내놨다. '메리츠 나만의 청춘보험1401'이란 이름의 이 상품은 주 가입대상이 15~30세 잠재 고객들이다. 젊은층을 목표로 하다 보니 보장 내용이 취업지원금, 임신중독 관련 보장, 레저활동 중 사고 보장, 성인 법적 리스크 보장 등 다른 상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내용들로 구성됐다.
기존에 없던 상품들이 등장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등장했던 상품들이 보험사에 큰 손실을 안겨준 사례들이 있어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남들한테 없는 상품을 내놔야 더 많이 팔리는 게 당연한 원칙이지만 보험상품의 경우 손해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나중에 애물단지가 될 우려가 있다"며 "새로운 보장을 내세운 상품들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덤벼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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