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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생의학·IT 융합 ‘울트라 로봇시대’ 대비하라”

“나노·생의학·IT 융합 ‘울트라 로봇시대’ 대비하라”
지난 9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 ITBT관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RoSec 겨울학교에서 일본 나고야 대학교의 도시오 후쿠다 교수가 마이크로 나노 로봇의 전망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마이크로 나노 분야에서도 로봇 공학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람 몸속에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 단위로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향후 로봇이 의학에 미칠 영향력은 큽니다." (나고야 대학교 도시호 후쿠다 교수)

"세포 크기만 한 나노로봇이 있다면, 또 한편에서는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대세입니다. 향후 로봇은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서 함께할 것입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아브데라만 케다르 교수)
지난 9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 ITBT관 오디토리움에서는 160여명의 젊은 학생들이 강단에 선 외국인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로봇특성화대학원사업단(RoSec)이 개최한 겨울학교의 열띤 강의현장이다. 3일 동안 진행된 '2014 RoSec 겨울학교'에는 전 세계 로봇 공학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석학 12인이 한국의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로봇을 향한 가치관부터 공학적 기술의 알고리즘까지 심도 있는 학문을 전수했다.

■나노로봇부터 휴머노이드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학회, 한국로봇산업협회 등 정부 유관기관과 로보메이션, 로보티즈, ED 등 국내 로봇 기업들이 후원한 이번 RoSec 겨울학교에서는 '인간과 로봇'을 주제로 나노로봇부터 휴머노이드, 우주탐사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겨울학교에서는 다양한 로봇 공학의 동향을 소개하는 워크숍과 로봇의 자율 인지기능에 대해 심도 깊게 탐구하는 튜토리얼로 구분돼 운영됐다.

워크숍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인체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학습하는 시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제 관절 구조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원리와 수학적 분석이 이뤄졌다.

도쿄대학교의 요시히코 나카무라 교수는 사람 및 동물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이는 원리를 분석하고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계의 구조에 대해 분석한 뒤 이를 실제 로봇공학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서울대학교의 박종우 교수는 미분 기하학 알고리즘을 통해 로봇의 시각 부분에 있어서 물체를 인지하는 원리에 대해 소개했다.

“나노·생의학·IT 융합 ‘울트라 로봇시대’ 대비하라”


■"울트라로봇 시대 도래할 것"

이번 겨울학교에서는 로봇 공학 분야의 최근 트렌드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다. 홍콩시립대학의 닝시 교수는 나노기술과 생의학, 정보기술을 결합한 '울트라 로보틱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명언 '바닥에는 여지가 많다'는 말을 인용해 "로봇 분야는 다양한 기술 및 학문과 결합해 새로운 분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현재 정보기술(IT)과 같은 기반 분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스트(KAIST)의 여준구 박사는 '해저부터 우주까지'라는 강연을 통해 인간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심해저와 우주분야에서 첨단 기술로서 로봇이 활용되는 사례와 향후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각국의 심해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심해 무인 로봇 개발에 앞장서고 있음을 강조하고 2000년대 중반 그가 미국 하와이 대학교 교수 재임 시절 개발한 자율형 수중로봇 '오딘(ODIN)'에 대해 소개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진행 중인 한국형 달 탐사선의 무인 로봇 개발 정책과 추진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여준구 박사는 "현재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로봇 공학의 발전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 기술적으로 협력할 뿐만 아니라 국내의 탄탄한 기술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학교에서는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로보틱스 챌린지에 대한 사후 평가도 이뤄졌다.

'휴보-DRC' 팀 리더였던 드렉셀 대학교의 폴 오 교수는 "지난 대회가 끝난 후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의 결과는 기술력의 차이였다기보다 경쟁이냐 아니면 도전이냐 이 두 가지 시각 차이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점수에 집중해서 순위에 들기 위해 경쟁을 했다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실제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도전이 중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도전을 선택했고 앞으로의 결선도 그렇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석학과 학생 연결해주는 '가교'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이번 겨울학교에서는 자율 인지 기능을 로봇에 적용해 인간과 같은 학습 방식을 구현하는 과정에 대해 집중 강의가 마련됐다. 이탈리아 기술원(IIT)의 실바인 칼리논 교수와 벨기에 리에주 대학의 르노 데트리 교수는 자신들이 실제 개발한 로봇의 사례를 통해 사람이 사전에 로봇의 행동 패턴을 입력하지 않고 로봇 스스로 시행착오를 통해 물건을 잡는 과정에 대해 선보였다.

이번 겨울학교에 참석한 건국대학교 대학원 재학생 신재욱씨는 "로봇 공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고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정보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한 정낙영 일본과학기술원(JAIST) 교수는 "외국의 경우 서머스쿨 등 다양한 계절학교를 개최한 역사가 오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로봇 분야의 유명한 석학들을 모시기 위해 일부러 겨울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학문적 도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네트워킹을 강화시켜 주는 것 또한 이 행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강연자로 참석한 폴 오 교수는 "오히려 내가 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며 "로봇 공학계의 대부 격인 교수님들로 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