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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재혼 전 낳은 이복언니 찾고 있어요”

대전에 사는 전상미씨(31)가 어머니 김재자씨(58)를 대신해 헤어진 지 40년 가까이 된 이복언니를 찾고 있다.

26일 파이낸셜뉴스와 공동으로 '잃어버린 가족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 182 실종아동찾기센터에 따르면 전씨의 어머니는 재혼 전 딸 하나를 낳았다. 당시 남편이 선원이어서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어머니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세 살짜리 딸(남은숙)을 남편에게 맡긴 채 석 달 동안 집을 비웠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은숙이는 없었다. '기차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사라졌다'고 남편이 말했다. 그러나 친척이 전해 준 얘기는 달랐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사는 남편의 친척이 은숙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길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지나가는 동네 꼬마를 붙잡고 '은숙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 꼬마는 "제 친구예요"라며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은숙이가 매일 울었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은숙이의 양아버지가 강원 삼척시의 한 식당에 은숙이를 팔아넘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머니는 다시 삼척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식당 측에서 어머니와 딸의 만남을 방해했다. 그 뒤로 식당을 다시 찾았으나 이번에는 식당주인이 은숙이를 오토바이에 태워 피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은숙이에 대한 다른 소식을 듣지도 못했고 나중에는 식당마저 문을 닫아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씨는 "언니에 대한 정보는 사실상 애당초등학교 다닐 적에 찍은 사진 두 장이 전부"라며 "너무 오래된 일이라 어머니는 딸의 나이도 잘 기억하지 못하신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인 정진영씨(23.남)도 어머니 조희숙씨(47)를 대신해 어머니의 가족을 찾고 있다. 조씨의 본명은 김복희, 실제 나이도 한 살이 더 많은 48세로, 지난 1966년 1월 2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부모, 오빠와 함께 살던 조씨가 가족과 헤어진 것은 여섯 살 무렵이다. 음주 및 가정폭력으로 부모가 별거 중이었는데 대전 한남동에서 아버지와 살던 조씨가 어머니를 찾으러 나섰다가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떤 아주머니가 길에서 울고 있던 조씨를 데리고 가 전남 강진에 있는 어느 집에 맡겼고 거기서 새 이름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왔다는 아들 정씨의 설명이다.


조씨의 기억으로는 집 근처에 땅콩밭과 단무지공장이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구둣주걱을 입에 물고 친구의 자전거를 밀어주다 넘어져 입을 다치는 바람에 병원에 갔던 일이다. 정씨는 "어머니가 가족을 찾기 위해 서울, 대전 등지의 여러 관공서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어릴 적 어머니가 외조부모를 원망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봤으나 낳아주신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클까 싶어 대신 나섰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