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묻습디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고. 때로는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이것을 통해 우리가 절차라는 것을 배웠다는 게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가진 50~60년의 노하우, 그것이 절차입니다. 심지어 실패를 했을 때도 그 절차를 배웠습니다. 발사가 중지됐을 때 그들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으니까. 함께 일하며 의도치 않은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달까요?"
십수년간 나로호 발사를 위해 쉼 없이 달려왔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조광래 전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나로호 발사 후 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도 여전히 나로호 사업정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나로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서 안색도 좋아지고 건강도 조금 나아진 모습이었다.
조광래 전 단장은 "나로호 발사 이후 한두 달 쉬고 나서 러시아 연구개발자 180여명의 장비를 철수하는데 컨테이너 박스 10개 분량이 나오더라"며 "이후 러시아와의 계약 정산문제까지 진행하다 보니 아직 나로호 사업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항우연에서 연구한 지 26년차가 된 그에게 나로호 발사는 연구원 인생의 절반을 넘는 매우 큰 프로젝트였다. "199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으로 액체연료 로켓 'KSR-3' 개발 사업을 착수하게 된 게 나로호를 거쳐 지금의 한국형발사체 개발까지 연결됐다"며 "처음의 구상과 실제 개발된 나로호는 달랐지만 100㎏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자는 지향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나로호 개발과 발사가 없었다면 우리 손으로 한국형발사체 계획서 4000페이지를 쓸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한국형발사체사업단의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나로호 개발과 발사를 통해 배운 것들을 한국형발사체 개발로 이어가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조 전 단장은 "발사체는 '거대복합종합체계기술'인 발사체 개발은 하나로 연결되는 체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발된 모든 부품과 기관이 균질한 성능을 갖출 때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2350억원이 투자됐는데 15년 전 28억원 수준이었던 발사체 개발사업 비용이 이렇게 크게 확대될 수 있었던 것에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느낀다"며 "지난 25년 어깨를 무겁게 하고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살아 왔는데 2024년 은퇴할 때까지 한국형 발사체 사업과 달 탐사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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