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특별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상대방도 저항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죄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씨가 행사한 유형력(有形力)의 내용과 정도, 피해자의 연령, 둘의 관계, 사건 당시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비록 고씨가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특별히 저항하지는 않았더라도 고씨가 위력으로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럼에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아청법 위반 죄에서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당시 고씨는 37세인 반면 피해자는 16세에 불과했고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고씨와 단둘이 모텔방에 있는 상황에서 압도당해 정상적인 반항을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지난 2012년 12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된 피해자 A양을 만나 인천 부평구 소재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뒤 인근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당시 A양이 싫다는 말은 했지만 성관계를 하면서 특별한 반항을 하지 않았고 자신도 폭행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과 재판부는 "A양이 고씨의 팔짱을 끼고 모텔에 들어갔고 태도가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점, A양이 모텔에서 나와 신고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합리적인 의심 없이 강간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두 사람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하에 모텔에 갔고, A양이 모텔에 들어가고 나올 때 위축되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지 못한 점을 종합해 볼 때 위력을 행사한 간음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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