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가정폭력 등으로 가족과 헤어진 50대 여성이 죽음을 앞두고 파이낸셜뉴스와 공동으로 '잃어버린 가족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 182 실종아동찾기센터의 도움으로 아들을 만났다.
3일 경찰청 182센터에 따르면 이모씨(53)는 지난 1988년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하면서 당시 네 살이던 아들과 헤어졌다. 그 후로 2년여가 지난 뒤 이씨는 아이를 시설로 보냈다는 말을 전해듣고 아이가 살던 경기 파주의 관공서, 초등학교, 보육원 등 여러 곳을 뒤져봤지만 아들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
이씨는 간경화 말기의 환자여서 시간이 많지 않았다. '182센터에 가면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지난해 말 182센터에 사연을 접수했다.
이씨는 "그동안 신세를 한탄하면서 살아온 탓인지 간경화라는 병을 얻었고 의사로부터 5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죽기 전에 자식을 그리워하는 한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182센터는 신속히 프로파일링시스템 검색과 보호시설에 신고된 가족명단 등을 확인해 아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420명의 리스트를 확보했다. 이후 환경조사분석과 함께 시설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파주보육원에서 아들의 자료를 찾았고 충남에 거주하는 김모씨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이씨의 아들임을 확인했다. 이씨가 사연을 접수한 지 10여일 만이었다.
그러나 아들 김씨는 회사일로 오래전 말레이시아로 파견을 떠난 상태였다. 182센터는 아들의 친구와 지인 등 주변조사를 통해 어렵게 아들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모친이 간절하게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는 "지금까지 어머니의 이름도 모른 채 살아왔다"면서 "큰 병을 앓고 계신다니 걱정이 앞서는데 곧바로 귀국해서 어머니를 만나겠다"며 울먹였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은 설 명절 직전인 지난 18일, 26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어머니 이씨는 이 자리에서 "내 생애 최고의 설 선물을 받았다"며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준 182센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