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2시간여만에 '속전속결'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의 신속하고 정상적인 수습과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을 조기에 수습코자 하기 위함이다.
이날 오전만해도 해임건의권을 가진 정홍원 국무총리는 '보호막 쳐주는' 분위기였지만 오후 들어선 해임 기류쪽으로 급선회했다.
앞서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해임건의를 요구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해임건의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 사실 깊이 고민중이며, 깊이 고민해서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언급했다.
이 때만해도 사태수습을 맡은 주무장관인 만큼 정 총리의 사과 표명과 함께 엄중한 '경고'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비교적 우세했지만 결국 새 정부들어 사실상 첫 경질 관료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경질 과정에서 더이상 악화된 여론을 방치할 경우 사태 수습은 커녕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적극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윤 장관의 경우 지난해 발탁 당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잦은 말실수와 실무능력 검증 미흡 등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토론'이 일었지만 박 대통령은 전문성을 높이 사 임명을 강행했었다.
윤 장관의 경질은 원유유출 사태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부적절한 언행이 1차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열린 여수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한 당정협의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이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고 말한데 이어 답변과정에서 웃음을 보여 여야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은 끝에 해임건의 대상이 됐다.
사고 현장 방문 당시 코를 막은 행동을 놓고도 논란이 돼 경질 결정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어쨌든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을 초래한 장관을 상대로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한을 행사한 정 총리로선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책임총리'로서 위상과 역할을 적극 수행했다는 평이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를 떠나 총리 공관에 도착, 윤 장관을 만나 해임건의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곧바로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해임을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전화를 받자마자 해임을 결정했다.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어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박 대통령이 현오석 부총리의 실언이후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옐로카드'까지 내민 상황에서 무신경한 발언으로 민심이반을 초래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청와대로선 자칫 경질 타이밍을 놓쳤다가 민심이 더욱 악화돼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에서 경질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다 신중한 언행을 당부하는 경고를 하자마자 여론 악화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정책 성과물을 내야 하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악화된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기강을 다잡아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복안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윤 장관 경질은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부실 인사' 논란을 재현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개발 등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 대한 연구에서 성과를 보인 것이 윤 장관 발탁의 주요 배경이었지만 결국 구설로 낙마함에 따라 '인사 검증 실패'라는 야당 등의 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차관대행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원포인트 개각'이 불가피함에 따라 여야 공히 요구하는 현 경제팀에 대한 교체, 즉 부분 개각으로 이어질 지 여부도 주목거리다. 다만 문책도 중요하지만 당장 발등의 불인 기름유출 사태와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건, AI 사태 등 수습해야 할 현안이 많은 데다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각 흔들기는 오히려 국정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어 당장 후속개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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