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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애물단지 되나

대기업이 하청업체와의 거래에서 사용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이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해 쌍용건설, STX조선 등 대형사 경영난에 따른 하청업체 줄도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은행권에서 적발된 대규모 대출사기에도 악용되면서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대기업 부실시 하청업체 줄도산 야기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쌍용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부실과정에서 하청업체의 줄도산 원인으로 외담대가 지목됐다.

외담대 제도는 원도급업체인 대기업이 공사대금 대신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도급업체가 거래은행에서 대출받는 상품이다. 원도급업체가 만기 내 지급하지 못하면 하도급업체가 대신 원금과 연체이자를 갚아야 한다. 따라서 원도급 업체의 부도나 법정관리가 하도급 업체의 줄도산을 초래한다.

특히 최근 쌍용건설에 대한 법정관리가 개시되면서 모두 1700여억원 규모의 외담대를 받은 1400여개 쌍용건설 하도급업체들은 당장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외담대 600억원과 전자어음 10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담대 약정 체결시 담보로 제공하는 외상매출채권은 대기업의 신용도를 토대로 한 것임에도 금융기관은 담보에 문제가 발생하면 하도급자에게 상환책임을 부과한다"면서 "이로인해 하도급자는 대출제한, 협력업체 등록배제 등 불이익이 심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KT 자회사 직원의 대규모 대출사기에 외담대가 악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담대를 발행하는 은행들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대출을 해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 직인이 찍힌 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외담대를 해준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도 "외담대의 경우 거래기업이 대기업이다 보니 그동안 우량한 거래로 인식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환유예 등 미봉책…근본적 개선안 필요

외담대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대기업의 구조조정 중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사의 외담대 상환청구를 유예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당장의 줄도산은 피했지만 단순히 상환을 유예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쌍용건설 하도급업체들의 경우 130일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서 다시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재 하도급업체의 외담대 상환 기한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외담대 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금융결제원을 통해 은행별 외상매출채권 발행한도와 잔액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외담대 규모가 줄었다고 보기 힘들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상매출채권 발행한도 공유를 통해 대기업이 개별은행에 매출채권을 분산하는 등 악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라면서도 "매출채권에 대한 신규 발행 및 갱신이 공유될 뿐이라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대기업의 외담대 악용을 막기 위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시행령은 건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관련 절차를 보완해 하도급대금으로 지급한 상환청구권이 있는 외담대나 어음이 미결제 또는 부도처리된 경우 이를 보증기관이 수급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대형사가 외담대를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하도급업체가 외담대를 상환하는 대신 신용보증을 선 보증기관이 대신 갚게 된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