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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6) 해양경찰청 특수기동대 ‘21세기 장보고들’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6) 해양경찰청 특수기동대 ‘21세기 장보고들’
대한민국 영해에서 중국 어선 등 불법조업 행위를 단속하는 해양경찰청 특수기동대는 단속 과정에서 상대방의 강력한 저항으로 때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바다 위를 누비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과 단정이 서해안에서 조업 중인 어선을 단속하고 있다.

출동.. 띠띠띠… 3008호 경비함 레이더에 불법조업 중인 어선이 걸렸다. 대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돈다. 한번 잡힌 어선은 최대 2억의 담보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강력한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두려움.. 야간단속,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어떤 흉기가 어디서 날아들지 모른다. 흉포해진 중국어선에선 쇠뭉치, 칼이 사정 없이 날아든다. 보호장비도 그나마 최근에 보강됐다. 2011년 이청호 경장의 사망사고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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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명감.. 한번 배를 타면 7~8일은 육지와 단절된다. 한달에 두번 출동하니 절반 이상은 바다에 떠있는 셈. 가족들에겐 늘 걱정을 안길 수밖에 없는 삶이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 사명감이 없다면 버티기 어렵다.

【 인천=한갑수 기자】 띠띠띠…. "잠시 후 불법 중국어선 검문검색 예정. 검문검색 요원은 신속하게 복장 및 장구를 지참하고 출동준비에 임할 것!"

지난 7일 서해 바다 한가운데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감시하는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8호 경비함 레이더에 불법 조업 중인 어선 출몰을 알리는 신호음과 함께 함내에 출동 지시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바로 특수기동대원들이 신속하게 진압복과 진압장비를 갖추고 조타실로 집합했다. 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함장 주관으로 사전 작전회의가 시작됐다. 함장은 중국어선의 크기와 위치, 이동상황 등 작전 개요와 함께 나포 후 안전해역 방향으로의 이동과 주의사항 등을 지시했다. 짧은 작전회의가 끝나고 특수기동대원 16명이 2대의 고속 단정 앞으로 갔다. 단정 앞에서 대원들이 일렬로 도열해 서로 동료 대원의 장비를 점검한 뒤 "탑승"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단정에 올라탔다. 단정이 바다로 내려지고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향해 전속력으로 나아갔다.

■사명감 없이는 하루도 못견뎌

인천해경 특수기동대는 서해에서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을 주요 업무로 담당하고 있다. TV 뉴스 등에서 가끔씩 나오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어부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해경들이 바로 이들이다.

레이더에서 배를 발견하면 운항속도 등을 분석해 합법 어선 여부와 단순히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인지 어느 정도 판별이 가능하다.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이라면 빠른 속도로 운항하겠지만 조업 선박은 고기를 잡기 위해 속력을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법조업 어선으로 판단돼 특수기동대원들이 단정을 타고 접근하면 어선들은 대부분 조업을 중단하고 빠른 속도로 도주하기 십상이다. 이때 해경은 도주어선에 대해 배를 세우라는 정선명령을 내린다. 불법어선이 정선명령을 어기고 계속 도주할 경우 특수기동대가 강제 정선에 나서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기동대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주선박에 승선해야 한다. 단정 2대를 도주선박의 양쪽에 대고 각각 운전자 1명을 제외한 7명씩 모두 14명이 불법어선에 승선하게 된다. 불법어선은 나포.조사 후 불법 조업이 확인되면 1척당 보통 1억∼1억5000만원, 최대 2억원까지 담보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해경의 검문.검색이 시작되면 안 잡히려고 강력히 저항한다.

서해는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37도 이남 해역의 경우 어업허가증을 받은 선박은 우리 영해에 들어올 수 있다. 37도 이북은 조업금지구역으로 원칙적으로 조업허가를 안 내준다.

해경은 조업허가를 받지 못한 어선과 37도 이북에서 조업하는 어선, 규정된 어망보다 구멍이 좁은 것을 사용하는 어선, 매일 보고하는 어획량을 허위.축소 보고하는 경우 등을 불법조업으로 간주해 단속한다. 특수기동대원은 강력 저항하는 불법어선을 나포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야간 단속 때는 대원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시야가 좁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어떤 흉기가 날아올지 몰라 낮보다 훨씬 위험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나포 때 쇠파이프가 날아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볼트, 밸브, 쇠뭉치, 통발, 그물추, 칼 등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특수기동대원들은 날아오는 쇠붙이를 방패로 막으면서 선박 위로 올라갔다.

■부상 다반사…열악한 장비 겨우 보강

특수기동대는 진압복, 진압화, 반검.부력 기능을 갖춘 진압조끼, K5 권총, 진압봉, 방패, 비살상무기인 고무탄.모래탄총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특수장비가 보강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지난 2011년 12월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85㎞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어선 나포 과정에서 이청호 경장이 중국어선의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장비가 보강됐다.

검문.검색 담당 대원이 일반 해양경찰에서 특수기동대로 바뀌고, 단정도 웬만한 파도를 뚫고나갈 수 있게 6m에서 10m 크기로 커졌다. 근무복도 일반 구명조끼에서 반검.부력기능을 갖춘 진압조끼로 바뀌었고, 헬멧에는 증거확보를 위해 카메라가 장착됐다.

특수기동대는 45세 이하 경찰관으로 희망자에 한해 선발한다. 특수기동대는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군 특수부대 출신자들이 많다. 이들은 해경이 하는 일반 업무를 담당하면서 부가적으로 불법어선 나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에게 위험수당 명목으로 월 10만원이 주어진다.

특수기동대원인 조동수 경위는 "위험하다고 특수기동대를 기피하면 누가 하겠느냐"면서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에는 불법어선을 감시하는 3000t급 경비함이 3척 있다. 이들 3척이 번갈아가면서 출동한다. 특수기동대원은 인천해양경찰서에만 102명, 전국적으로는 356명이 있다.

특수기동대원은 한 달 중 절반가량을 바다로 출동해 불법어선 단속 업무를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 조업이 어려울 때는 한 달에 두 차례, 한 차례당 7박8일 단속에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월 14∼15일을 바다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불법어선의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한 달에 16∼18일을 바다에서 지낸다.

출동이 없는 평상시에는 경비함을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일반 공무원처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다음 출동을 위해 경비함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거나 준비한다.

특수기동대원은 기본적으로 4시간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한다. 매월 1회씩 사격이나 모의 선박진압훈련 등 특수훈련을 실시하고 다음 출동에 대비해 장비 정비, 서류 정리 등을 실시한다.

출동 시에는 가족과의 전화통화 불가 등 육지와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함상생활은 4시간 근무 후 8시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근무는 각자가 맡은 조타수, 항해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휴식시간에는 각자가 스스로 판단해 취침과 체력단련, 취미생활, 빨래 등을 한다. 이런 상태에서 불법어선 발견 시 특수기동대는 즉각 출동하게 된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한 해 동안 불법조업 중국어선 487척을 단속했다. 한 달에 평균 40척, 하루에 1척 이상을 단속한 셈이다.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6) 해양경찰청 특수기동대 ‘21세기 장보고들’

■인천해양경찰서 3008 경비함 단정장 조동수 경위 "위험하다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습니까"
【 인천=한갑수 기자】 "대원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도록 보살펴주세요."

인천해양경찰서 3000t급 경비함인 3008함의 단정장인 조동수 경위(47·사진)는 불법조업 어선 단속에 나서면서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단정은 10m의 소형보트로 불법어선 단속 시 도주 어선을 고속추격하고 나포하는 데 투입된다.

불법조업 어선 나포 때 대부분 몸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특수기동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조 경위는 "부상을 입는 것보다 단정을 타고 고속으로 달리는 도중 대원이 물에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오히려 이때가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빠진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위치를 못 찾아 구출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바닷물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물에 빠진 대원을 못 찾거나 시간이 지체될 경우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중국 어선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고 대원 수가 부족해 밀리는 상황에서 대원이 바다에 빠진다면 단정장은 책임자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조 경위는 이 같은 상황이 닥치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상황이라도 매번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단다.

조 경위는 특수기동대원들이 하는 임무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럴 때마다 '위험하다고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느냐'라며 설득한다.

조 경위는 원래 직업군인이었다. 해군 부사관으로 5년9개월을 조타사로 근무하고 중사로 전역했다. 해경에는 지난 1992년 6월부터 근무해 올해 6월이면 만 22년이 된다. 특수기동대 일은 2003년부터 시작해 11년 동안 70회 이상 출동했으며 불법어선 112척을 나포했다.

조 경위는 해경 근무 이후 해당 업무를 체계적으로 익히기 위해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그는 "특수기동대는 일반 해경처럼 일반 업무를 수행하면서 추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명감 없이는 해내기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출동 시 한 달의 절반을 육지와 단절된 채 함정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 정도만 해도 견딜 만한데 대형 사고가 터지기라도 하면 한 달간 함정에서 계속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조 경위는 중국 어선 나포 과정을 아기 낳는 것에 비유했다.
산고처럼 추격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입에서 욕이 나올 때도 있단다. 그런데 막상 나포에 성공하면 성취감에 이런 생각이 싹 가신다고 조 경위는 말했다.조 경위는 "칭찬받으려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국토를 지키고 우리 어민들을 보호하는 업무인 만큼 국민들이 따뜻한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