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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포커스] 공공기관 부채 통제 초점.. 기관장 ‘적격성 심사’도 엄격히

[공기업 포커스] 공공기관 부채 통제 초점.. 기관장 ‘적격성 심사’도 엄격히

박근혜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내걸며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 작업에 착수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각종 법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번만큼은 공기업 부채문제를 해결하고 과다한 복지정책을 줄이자는 데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입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의 주된 원인이 무리한 정부의 정책사업이라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공기업을 옥죄기보다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을 재검토하는 한편, 기업별 부채상황을 감안해 차별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공기업 통제' 법안 발의 봇물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은 최근 공공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대상을 총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서 모든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확대하도록 하고,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 시 부채 종류별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재무 및 부채 관리계획의 이행 여부를 경영실적평가에 반영함으로써 공공기관의 부채관리를 보다 엄격히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법안들도 주로 '공공기관 통제'와 관련한 것들이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회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12개 에너지 공기업 500억원 이상 해외신규투자 시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 및 소관 상임위의 심의를 통한 해외투자사업 관리 강화를,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공공기관 평가에 국회 국정감사 평가 결과 반영을 내놨다. 민주당 전순옥 의원도 국회에서 공공기관 기관장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평가 감독을 내실화하는 방안으로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공공기관 기관장 경영실적평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냈고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의 직무수행 관련 공정성을 확보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공기관의 재정 감독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는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대규모 재정사업의 경우 재원조달 방안, 연차별 추진계획 등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게끔 하는 안을 내놨고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재무건전성을 경영평가지표로 삼아 성과급 지급 시 반영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현재 기재위에 계류된 '공공기관 운영법'만 총 53개에 달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공기관 개혁 법안에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2012년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가 493조원에 달하는 등 부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별 맞춤형 부채관리 필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기관을 감시·통제하는 것에 앞서 현 공공기관들이 수행하고 있는 정부 정책사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부연구위원의 '공기업 부채 증가의 문제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주요 7대 사업성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 2002년 9%에서 2009년 22%로 증가한 반면 KT, KT&G, 두산중공업, 남해화학, 대한송유관공사, 미래엔, 포스코 등 7개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에는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이 공기업 부채비율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공기업과 민영화기업의 이 같은 상반된 행보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공기업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통제와 영향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업성 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단기 경기부양책에 동원될 수 있어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허경선 부연구위원도 작년 12월 낸 '공공기관 부채의 성격과 원인분석' 보고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국민임대주택 건설 및 세종시 및 혁신도시개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부고속철도 건설투자,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 살리기 및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주요 부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기업 부채를 줄이는 데 있어 우선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김봉환 교수는 우리경제연구원 주간논단을 통해 "공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 추가적으로 수익을 악화시키는 사업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부채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더 악화시킬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허 부연구위원도 "현행 사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사업규모를 다소 축소하는 정도로는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근본적으로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별 부채감축 방안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 부연구위원은 "기관별 부채위험도에 따라 부채감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 기관이 중장기재무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그 이행을 기관장에 대한 인사와 경영평가에 연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도 "부채가 심각한 공기업은 5~6개 내외"라며 "정부는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 차별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극단적인 부채감축 기조도 지양해야 하는 요인이다. 김 교수는 "공기업의 적정 부채 수준을 너무 낮게 설정하거나 모든 공기업에 획일된 부채 대책을 지시하면 안된다"며 "부채가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