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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독도 침탈의 희생자 강치

[fn스트리트] 독도 침탈의 희생자 강치

20세기 초 독도의 '실효적 지배자'는 바다사자의 일종인 강치였다. '백령도는 물범이, 독도는 강치가 지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어부들은 강치를 '가제'라 해서 독도의 옛 이름을 '가제도' 또는 '가지도'라 부르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19세기 말 독도를 비롯한 동해 연안에 3만~5만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독도의 상징 강치는 일본의 독도 침탈 반세기 만에 사실상 멸종이 되어 버렸다.

일본이 독도를 탐내게 된 것은 강치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 근해에서 강치잡이를 했던 일본 수산업자 나카이 요자부로는 어느 날 독도에서 엄청난 숫자의 강치를 잡아 큰돈을 벌었다. 강치의 껍질은 최고급 가죽으로, 피하지방은 기름, 살과 뼈는 비료로 사용됐는데 한 마리 값이 당시 황소 10마리에 필적했다고 한다. 그는 1904년 9월 일본 정부에 독도 어업권을 독점하게 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 이 청원서에는 중요한 요구사항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독도를 아예 일본 영토로 편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한제국에 물어보지도 않고 독도를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는 시마네현 고시 40호를 발표했다.

독점어업권을 얻은 나카이는 이후 독도 강치를 무자비하게 남획했다. 그가 잡아들인 강치가 8년간 1만4000마리에 달했고 사체 썩는 냄새가 울릉도까지 펴졌다. 일본 작가 이즈마 마사히코는 자신의 책 '영해 없는 섬, 독도'에서 나카이를 '바다의 살육자'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도 일본은 과거 세계자연보호 국제회의에서 한국인의 남획으로 독도 강치가 멸종했다고 주장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일본은 1991년 강치의 멸종을 선언했고 우리 쪽 바다에서도 20년 넘게 강치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없다.

며칠 전 해양수산부가 신년업무보고에서 독도 강치의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1998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시파단 섬의 영유권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말레이시아가 시파단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독도강치 복원 작업은 이미 7년 전부터 환경부와 경북도 등이 진행하고 있다.
강치가 발견되지 않으니 작업도 지지부진한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복원이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옛날처럼 독도 서도 가제바위에서 위풍당당한 강치들의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