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금융의 일종인 미국 사업개발회사(BDC)가 미 중소기업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원이 돼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그림자금융으로 치부됐던 BDC가 최근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미 중소기업을 위한 주요 자금조달처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BDC는 지난 1980년 '중소기업투자우대법'에 따라 설립된 뒤 중소기업 자금조달처로 활약해왔지만 자본확충 요건 등 금융 규제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림자금융으로 간주됐다. 그림자금융은 신용대출 제공 등 일반 시중 은행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제도권 밖에 있어 규제 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최근 미 금융 규제당국이 시중 은행들의 신용대출을 제한한 것과는 달리 BDC에 대해선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칙대로 라면 비은행 금융기관이란 점에서 BDC의 부채 한도가 자기자본 금액을 넘어설 수 없지만 최근 미 의회가 BDC의 부채한도를 자기자본의 두 배로 상향시켜주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한 게 그 예로 소개됐다. 현행법상 자기자본 규모를 초과하는 빚을 낼 수 있는 건 은행에 그친다.
아이러니하게도 BDC에 대한 이같은 금융 규제당국의 우호적인 태도는 시중 대형은행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초래됐다. 금융당국이 월가 대형은행들의 고위험 신용대출 사업에 제동을 걸자 중소기업 등 신용대출 수요자들이 BDC를 대체 신용 조달처로 채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 직전 2008년초 280억달러(약29조8500억원)에 그쳤던 BDC의 자산은 지난해 3·4분기 430억달러로 늘었다. 톰슨로이터는 이와 관련, '주식회사 미국'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미 중소기업들이 지난해 대출기간을 연장한 신용대출 자금 가운데 25% 이상이 BDC에서 충당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BDC의 자문을 맡고 있는 피프스 스트리트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레오나르도 탄넨바움은 25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BDC는 중소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처로서 제도권 은행과 그림자 은행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며 "BDC를 단순히 '그림자' 금융으로 부르는 현실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FT는 BDC의 부채 한도를 상향할 것을 촉구하는 법안이 실제로 미 의회를 통과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부실 위험도 커진다는 게 이유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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