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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실형 선고 배경은.. ‘통화 녹취록’

대법원이 2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2009년 양형기준이 시행된 후 재벌총수에 대한 첫 실형 확정이라는 점을 들어 사회지도층의 비리에 대한 사법부의 강경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도 최종 결정권자인 최 회장의 실형 확정으로 신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450억원 횡령 유죄판단 정당"

재판부는 "최태원과 최재원이 횡령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형제는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옵션투자 위탁금 명목으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3)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원심은 이 중 450억원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최 회장 형제는 상고심에서 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 전 고문이 없는 상태에서 항소심이 진행돼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원홍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증거 채택에 관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고문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유죄의 증거로 본 원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밝혔다. 여러 증거상 김씨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규정하며 잇따른 진술번복 및 허위자백을 하는 과정에서 제출된 녹취록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법정구속된 최 회장과 같은 해 9월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최 수석부회장은 특별사면 없이 이번 실형 확정에 따라 사면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16년 말~2017년 초까지 각각 수감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벌비리에 대한 악화된 국민들의 법감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처벌 기준 제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사법부의 강경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공백 장기화…신규사업 차질

대법원이 최태원 회장에 대해 징역 4년형을 확정하면서 SK그룹은 추가로 2년 이상 '선장 없는 회사'로 남아있게 됐다. 전기차배터리 사업과 태국의 정보기술(IT)기반 복구사업 등 주요 사업에 속도를 붙이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경영공백이 길어지면서 차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다른 그룹에 비해 발전가능성이 상당히 뒤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SK그룹의 과감한 신규 사업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향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인수합병(M&A) 등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끌어온 태국의 IT기반 재해복구 사업, 터키에서의 대규모 펀드 조성과 화력발전소 등 인프라 사업 수주 등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공판 진행 중에도 독일과 중국에서 물꼬를 텄으나 추가 투자는 쉽지 않게 됐다. 최 부회장은 지난 1월 독일로 건너가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합작법인인 'SK 콘티넨탈 이모션(E-Motion)'을 설립한 바 있다. SK의 핵심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콘티넨탈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접목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의 베이징 전기자동차, 베이징 전공 등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추가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SK 콘티넨탈 이모션은 양사가 5년간 2억7000만유로(약 4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었지만 최재원 부회장이 키를 잡지 못할 경우 과감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도 이제 투자가 시작될 시기여서 속도를 붙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sh@fnnews.com 김성환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