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은 가계부채의 만기구조를 중장기로 분산시키고 소비자의 금리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021조원인 상황에서 만기 집중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확대시켜 시중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기존에 나왔던 대책 중 일부를 골라 시장 원리에 걸맞지 않은 높은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만기·대출구조 개선
정부가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4개월 만이다. 지난해 6월 하우스푸어 지원 방안까지 포함하면 박근혜정부 들어 이미 세 번째가 된다.
정부는 일시상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2017년 말까지 현재보다 5%포인트(2012년 말 163.8%) 인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대출 구조를 고정금리와 분할상환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차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거치식 일시상환 방식 역시 어느 순간 폭발할지 모르는 잠재성이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조치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와 금리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제혜택 확대로 실질금리 하락
정부는 세제혜택 확대와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수요 확대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의 실질 금리를 하락시켜 소비자의 고정금리 대출 선호유인을 제고할 방침이다. 현행 세법상 담보주택 가격이 4억원 이하이면서 주택구입목적 대출 등의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정부는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 요건을 모두 갖춘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이자상환액에 대해 소득공제 우대 한도를 현행 최대 15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300만원 상향 조정키로 했다. 만기 10년 이상 15년 미만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에 대해서도 신규로 소득공제를 인정키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반영돼 2015년 이후 신규 대출 분부터 적용된다.
또한 주택금융공사는 MBS 잔액을 지난해 말 53조7000억원에서 오는 2017년 말 100조2000억원까지 늘려 장기.고정금리형 분할상환대출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오는 2017년까지 4000억원을 추가 출자할 계획이다. 정책 모기지 공급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한은은 현재 국채,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등으로 구성된 공개시장조작(RP매매) 대상증권에 MBS를 포함시키고 공적기금 등의 MBS 시장 조성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MBS와 국고채 간의 스프레드가 약 10bp(1bp=0.01%포인트) 축소돼 추가금리인하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높은 목표치, 시장 부작용 우려
다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시장 현실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너무 높은 목표치를 제시해 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2016년까지 30%'에서 '2017년까지 40%'로 높인 것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얘기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5.9%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널리 이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 추세인 데다 적격대출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고객들의 눈은 변동금리로 쏠리는데 당국이 과도한 목표를 잡아 시장 원리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상품이 50bp 이상 높아 영업점에서 권유하기 쉽지 않다"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목표만 높이면 결국 은행은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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