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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가혹행위로 자살한 사병 조의금 가로챈 육군 여단장 등 적발

육군 부대 여단장이 군복무 중 가혹행위를 못 이겨 자살한 사병의 조의금까지 가로챘다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서 적발됐다.

27일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의 한 육군 사단 헌병대는 이 부대 소속 김모 일병(당시 20세)이 목을 매 자살하자 수사를 벌여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던 김 일병이 병세가 악화돼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 일병의 아버지 김씨는 군 수사당국의 조사결과를 믿고 부검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장례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장례식 이후 김씨는 아들이 우울증 때문이 아닌 군대내 가혹행위에 의해 자살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김 일병과 함께 복무했던 한 병사가 전역 후 인터넷에 "나는 살인을 방관했고, 나 또한 살인자"라는 글을 발견한 것이다. 김씨는 아들과 함께 복무한 병사들을 찾아 아들이 선임병의 폭언, 잠 재우지 않기 등의 가혹행위를 받았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결국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듣게 됐다.

김씨는 지난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 아들이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문점이 소송 과정에서 발견됐다. 군장병 조의금 158만5000원과 일반조문객 조의금(액수 특정 안됨)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았는데도, 이 돈이 유족에게 전달됐다는 군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것이다.


김씨의 민원 제기에 따라 권익위는 조사에 착수, 당시 부대 인사담당관이 유족의 동의 없이 장례식 부의함을 열어 정산하거 군 장병 조의금 158만5000원 가운데 90만원이 여단장의 지시에 따라 헌병대(20만원)·기무반장(10만원) 등에 격려비로 지급된 점을 확인했다. 또 이돈을 이들이 회식비로 썼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당시 여단장 등 부대 관련자들이 조의금을 임의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육군참모총장에 고 김모 일병의 사망을 '순직' 처리하고, 고인의 장례식 부의함에서 군 장병들이 모금한 조의금을 꺼내 헌병, 기무 등에 격려비로 나눠준 여단장 등 관련자에 대하여 엄중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