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발생한 '무빙워크 손가락 절단 사고'의 책임을 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이 무빙워크 제조업체와 관리업체에 돌리려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두 업체가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을 다소 어겼더라도 '법률상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췄다면 보험사의 책임 전가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무빙워크 '손가락 절단'
2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8월 김모양(당시 3세)은 엄마와 함께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대구 수성구에 있는 동아마트에 쇼핑을 왔다가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엄마와 함께 무빙워크를 타고 이동하던 중 손에 들고 있던 숄을 떨어뜨렸는데, 이를 줍다가 그만 무빙워크 틈새에 왼손이 빨려들어간 것. 119구조대가 출동해 무빙워크를 해체하고 김양을 구조했으나 정지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아 김양의 상태는 심각했다. 현행 무빙워크 검사기준은 디딤판 틈새에 물체가 끼였을 때 자동으로 정지되는 '정지스위치 작동 상태가 양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무빙워크는 정지스위치 자체가 없었다.
결국 이랜드리테일은 공작물 등 점유자·소유자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758조에 따라 이듬해 11월 무빙워크의 하자로 인한 피해에 대해 김양에게 6400만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했고 열흘 뒤 이랜드리테일의 보험사인 동부화재가 배상액을 지급했다. 또 무빙워크 점검·보수를 담당하던 동우씨엠은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으로 동부화재에 950만원을 지급했다. 이 건물 관리 업체인 동우씨엠은 해당 무빙워크를 제조한 오티스엘리베이터와 계약을 맺고 2009년 4월부터 무빙워크의 점검·보수까지 맡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동부화재는 "무빙워크의 유지·보수와 관리를 각각 담당하는 오티스와 동우씨엠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두 업체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 "현행법 적용 안돼"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46부(양상윤 판사)는 "해당 무빙워크는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119 구조대의 구조과정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무빙워크가 변형돼 사고 당시 틈새 넓이 기준을 벗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디딤판의 승강을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법령에 의해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만큼 무빙워크 자체의 결함이나 작동상 오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01년 6월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아 완공된 건물이라 지난해 9월 개정된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오티스가 유지·보수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동우씨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틈새 넓이가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을 다소 초과했고 정지스위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부화재가 지급한 보험금을 배상해야 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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