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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비아그라 찾아라’.. 신약재창출 사업 8월 추진

‘제 2의 비아그라 찾아라’.. 신약재창출 사업 8월 추진

#. 1986년 화이자는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하면서 혈관 저항과 혈소판 응집을 완화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1991년 약물의 안전성과 혈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약효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임상 과정에서 발기부전 치료 효과를 확인한 화이자는 1993년 본격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비아그라는 1998년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치료제로 출시된 이후 지금은 연간 16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R&D)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정부가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전략 일환으로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사업 활성화에 나선다.

4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보유한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상업화하는 한국형 신약재창출 시범사업을 오는 8월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패한 약물서 '대박' 성공 찾는다

신약재창출은 개발에 실패했거나 시장성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됐지만 충분한 안전성과 선행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약물을 새로운 적응증을 타깃으로 삼아 다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국가 차원에서 신약재창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약재창출은 우리나라와 같이 신약개발의 기초 인프라가 부족한 한계를 가진 연구자들에게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 개발실패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신약개발 R&D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반적인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약 10~17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고 개발비용도 실패비용까지 고려하면 13억달러(약 1조3946억원)가 든다. 하지만 신약재창출로 신약개발에 나서면 후보물질 발굴 등의 시간을 줄여 상품화를 최소 5년 앞당길 수 있고 개발비용도 840만달러(약 90억원)로 줄일 수 있다.

비아그라는 대표적인 신약재창출 사례로 꼽힌다. 이 외에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된 '아보다트'(GSK)는 국내에서 전립선 비대증뿐 아니라 탈모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또 세엘진의 탈리도마이드는 진정최면제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희귀난치질환인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8월 한국형 신약재창출 시범사업

복지부는 오는 5월 신약재창출사업 추진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한국형 신약재창출 시범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추진에 앞서 산·학·연 연구자 수요조사,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 프로그램 자문단 구성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릴리, 노바티스 등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와 미국의 국립 병진과학진흥센터(NCATS)를 모델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MRC는 2011년 1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약물의 재활용 가능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내놓은 실패작 22종에 대해 재활용 아이디어를 공모해 이 가운데 15개 팀을 선정, 1100만달러(약 118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NCATS는 2012년 5월부터 화이자, 릴리 등 제약회사 8곳에서 잠자고 있는 약물 58종을 의뢰받아 새로운 용도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안서를 받아 연간 6~8개 팀을 선정하고 3년간 약 600만달러(64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약개발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 중 하나가 신약재창출"이라며 "작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 신약재창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 만큼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