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이명의 원인으로 소음보다 스트레스나 과로 같은 생활환경 요소와 더 큰 연관성을 갖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한방의료기관의 임상조사 결과도 이런 견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명·난청 전문 청이한의원이 최근 6개월 간 이명환자 291명(남 161, 여 130)을 대상으로 이명 발병원인을 조사한 결과 전체응답자 중 58%(169명)가 이명의 최초 발병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그동안 이명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소음은 13%(38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어 △과로 8%(23명) △돌발성 난청 7%(20명) △감기 및 중이염 6%(17명) △수술후유증 2%(6명) △과음 2%(6명) △기타 4%(12명)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10대 이하(3%, 9명) △20대(13%, 38명) △30대(17%, 49명) △40대(26%, 76명) △50대(21%, 60명) △60대(12%, 36명) △70대 이상(8%, 23명)으로 나타나 이명 환자층은 40~50대 중장년층에서 급증, 60대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명이 노화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비롯해 음주, 과로, 운동부족 등 생활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명이란 외부의 음원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귀에서 고주파음이나 매미울음소리, 기적음 등이 들리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이명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의료전문가들은 이명의 주원인을 소음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귀를 자극함으로써 청신경의 기능이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유종철 원장은 "이명 현상의 발생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이명을 유발한다는 연구나 이론은 이미 해외에서도 상당수 존재하며 이를 혈액순환장애, 자율신경실조증, 면역기능 문제와 같은 전신건강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며 "한의학에서도 칠정(七情, 오늘날의 스트레스)이 과해지면 오장육부의 균형을 무너뜨려 간신(閒腎)을 손상시키고 귀 부근에 기혈소통을 방해해 이명을 야기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누적될 경우 인체항온성이 상실돼 안면부와 흉부에 열이 집중되는 반면 사지말단부위의 체온은 저하돼 '상열하한(머리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것)'의 병리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명뿐만 아니라 오늘날 원인불명의 탈모, 안면홍조, 어지럼증, 두통, 냉증 등은 스트레스로 인한 인체의 반응으로 발생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과로 역시 이명의 잠재적 위험인자라는 지적이다. 과로는 단순히 육체적 탈진뿐만 아니라 정신적 탈진을 함께 유발하며 이로 인해 전반적인 생리기능과 방위체력(외부환경으로부터 신체를 지키는 능력)이 저하되고 생체안전한계 역시 위협받게 된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간관계의 갈등이 심화되는 현대사회의 특성 상 이명 발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트레스, 과로 외에도 수면부족, 서구화된 식습관, 만성피로 등 불량한 섭생이 이명의 신종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게 한의학계의 추정이다.
따라서 이명에 대한 이해와 치료적 접근도 변화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유 원장은 "이명을 단순한 청각기관에 국한된 질환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장부의 균형, 심리 상태, 체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호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환자별 발병원인과 상태에 맞는 맞춤식 진료법의 마련과 면역기능을 높이고 신체균형을 바로 잡는 통합치료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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