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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산사태는 ‘인재+천재’ 였다

우면산 산사태는 ‘인재+천재’ 였다

지난 2011년 7월 27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사고는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복합요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집중호우라는 천재에다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 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는 '천재'로 발생했다는 1차 조사 결과가 2년여 만에 뒤집힌 것으로 산사태 피해자 유족들이 서울시와 서초구 등을 상대로 제기해 진행 중인 손해배상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집중 폭우 등 천재 지변에 따른 사고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서울시 역시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예방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족 측은 유족 의견 수렴 미흡 등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했다.

■집중호우+산사태 대비 부족

13일 서울연구원이 대한토목학회와 함께 지난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실시해 발표한 2차 조사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재'에 초점이 맞춰졌던 1차 조사 결과와 달리 2차 보고서는 '대비 부족'을 인정했다. 집중 호우에 따른 행정기관의 사전 예방 대책 부족이 원인으로 추가됐다.

우면산 지역은 경기도 일원의 대규모 단층대의 말단부에 위치해 있으며 지질이 흑운모 호상편마암, 붕적층으로 구성돼 인근 청계산, 구룡산, 관악산에 비해 산사태 및 토석류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질 위험도 분석에서도 자연사면 지질위험도가 60~80점으로 매우 불안정한 II등급이다.

사상 유례 없는 집중 호우와 산사태에 취약한 지질이 1차적으로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후 덕우암 지구와 공군 부대를 포함한 우면산 전 지역에 대해 산사태·토석류 안전대책을 즉시 마련했다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2010년 산사태가 발생한 덕우암 지구의 복구 대책은 일부 붕괴 발생지역에만 국한된 것으로 근본적인 산사태 안전 대책으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군부대' 내부 산사태 영향과 관련해 하류부의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가중시켰다고 판단했지만 토석 발생 규모를 알 수 없어 하류부에 미친 영향은 정량화하기 어렵고, 공군부대 배출수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서초터널 발파'와 관련해서는 터널 종단을 따라 산사태 발생지점이 편향돼 있지 않기 때문에 터널 발파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등산로 역시 임도와 달리 폭이 1~2m로 좁은 편이어서 산사태 발생에 미친 영향은 작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지적하면서도 일부 사항에서는 다소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형촌마을에 위치한 생태저수지는 토석류 저장의 긍정적 영향도 있었지만 하류 배수의 부정적 영향도 미쳤다고 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영향

그동안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 지변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서울시도 이번 조사 결과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산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산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산지사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2015년까지 산사태 피해저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그동안 표류하고 있던 유족들이 서울시와 서초구 등을 상대로 제기한 7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측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산사태 당시 강우빈도 등이 조정된 데 대해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유족의견 수렴 미흡, 주민대토론회 약속 불이행, 부실한 조사 등 조사의 내용과 절차상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2011년 7월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16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한편 이번 2차 조사는 지난 2011년 1차 조사가 래미안, 신동아 아파트, 전원마을, 형촌 마을 등 4개 지역에 국한됐다는 지적에 따라 우면산 산사태 발생지역 총 12곳(69만㎡)에 대해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기획단계 부터 철저하게 관의 개입을 차단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 분야는 논란이 된 우면산 산사태 발생시간 및 산사태 당시 강우 빈도, 우면산 지질분석, 행정기관 대비 적정성, 공군부대.서초터널 발파 등 인공 시설 물 영향 등 4개 분야에 대해 집중했다.

논란이 된 우면산 산사태 발생시간은 오전 7시40분께인 것으로 최종적으로 정리됐고 강우 빈도는 5년 이하~107년으로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