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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플레이션의 증거 중력파 발견

우리 우주가 138억년 전 대폭발(빅뱅) 직후 급격히 부풀어 올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이론으로 머물던 '우주 인플레이션 이론'을 증명해줄 실마리가 발견됨에 따라 우주와 물질의 기원에 대한 해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가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인플레이션의 증거인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중력파는 중력장의 파동을 말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박사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새로 태어나거나 파괴되면 이에 따른 파동이 생겨나고 시공간을 일그러뜨려 흔적을 남긴다. 연구진은 약 3년에 걸쳐 바이셉2를 이용해 '우주배경복사'에 남아있는 흔적을 분석, 우주인플레이션 당시 중력파 패턴을 찾아냈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당시 뿜어져 나온 빛의 잔해로 우주 내 모든 곳에 전파의 형태로 존재한다.

당초 연구진은 중력파의 신호가 매우 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발견된 파장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클렘 프라이크 교수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줄 알았는데 지렛대를 찾아낸 셈"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존 코박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부교수는 "이 신호를 찾아내는 것은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중대한 목표"라고 밝혔으며 영국 포츠머스대학의 데이비드 완즈 교수는 "우주론 분야에서 금세기 최고의 발견"이라고칭송했다.

FT는 현재 관련 과학자들이 올해 말 발표될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며 플랑크 위성이 분석한 우주배경복사 분석자료를 통해 이번 발견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우주 초기 이론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한국천문연구원 송용선 박사는 18일 "어젯밤에 바이셉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자료를 보고 최종적으로 알았다"며 "후속 연구가 이어진다면 존 코박 교수는 노벨상을 타게 될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또 송박사는 "이번 중력파 발견을 계기로 우주 급팽창의 초기조건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의 관측결과를 해석하는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