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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금융당국 수장 흔드는 ‘부화뇌동’

[현장클릭] 금융당국 수장 흔드는 ‘부화뇌동’

우레가 한 번 쳤다 하면 천지 만물이 이에 호응하듯이 연달아 덜컥거린다. 이처럼 자신의 줏대와 기준을 망각하고 무조건 남의 주장에 따르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올 초부터 국내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부화뇌동이란 말이 떠오른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에게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며 책임을 묻는 대목에서다.

금융당국은 '금융 검찰'로 금융정책을 내놓는다. 또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카드사를 통해 1억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하지만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의 경찰이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신용평가회사 한 직원의 나쁜 마음까지 미리 포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내부통제에 대한 검사와 지도 등을 통해 금융사의 철저한 정보보안을 체크하지 않은 부분은 잘못이다. 금융당국이 책임질 부문은 금융사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되기까지다. 그 이후 2차, 3차 유출과 파장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에선 줄곧 금융당국 수장의 자리를 내놓으라고 부화뇌동한다. 하지만 수장이 바뀐다고 상황이 바뀔까. 계속되는 검찰 수사에서 3차, 4차 정보유출이 나오면 그땐 어쩔 것인가. 지금은 정보유출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다. 일부의 목소리를 마치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부화뇌동하는 것은 이번 정보 유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울 뿐이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수차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소신을 밝혀 왔다. 정보유출에 따른 금융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면 그때 가서 물러나도 늦지 않다. 아직까지 정보유출로 확인된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수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주장은 일을 순리로 풀지 않고 억지로 풀려고 하는 '억지춘향'이다.

금융당국 수장은 앞으로도 부화뇌동하는 사람을 여러 번 만날 수밖에 없다. 바람 잘 날 없는 금융시장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주역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평평하기만 하고 비탈지지 않은 땅은 없고,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고. 위기를 만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부화뇌동하는 사람들과 맞닥뜨리더라도 의연하게 마주해야 하는 이유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