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소비재 시장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 전략을 재편하고 나섰다. 신흥시장(이머징 마켓) 중산층 증가세와 더불어 이들의 구매력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에 대한 근거가 됐다.
1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마섹은 지난달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으로부터 약국형 미용 및 건강 전문 소매업체 왓슨의 지분 가운데 25%를 57억달러(약 5조9297억원)에 사들였다. 또 같은 달 싱가포르 상장 농수산물 기업 올람에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테마섹이 올람에 제시한 인수가는 42억달러에 이른다.
FT는 이와 관련, 테마섹이 이미 약국형 유통업체 홍콩 리앤풍 그룹의 지분 3%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마타하리 푸트라 푸리마의 지분을 3억달러어치 사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FT는 테마섹이 이같이 비슷한 유형의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와 관련. 종전 금융시장에 집중돼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국 및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소비재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FT는 그러면서 테마섹이 소비재 부문으로 투자 반경을 넓힌 것은 신흥시장의 중산층 급증세와 더불어 소비재 기업들의 성장세가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산층의 구매력에 힘입어 탄탄하게 성장한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배당수익을 돌려준 게 그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모간스탠리는 2013회계연도의 경우 신흥시장의 배당수익률은 금융주가 3.5%로 소비재주(2.2%)를 앞섰지만 자기자본이익(ROE)으로 따졌을 때 소비재업종이 2012년 14.7%에서 2016년 16%로 높아질 전망인 데 비해 금융업종은 2016년 13.8%로 2012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테마섹 투자그룹 대표인 치아송휘는 "소비재 유통 시장은 중산층 인구 급증 및 경제구조 변모가 두드러지는 나라에 좋은 대안투자처가 된다"며 "(왓슨 등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FT는 다만 테마섹이 여전히 세계 10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중국 금융권 가운데 막대한 기관투자가라면서 테마섹이 앞으로도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테마섹 보유의 전체 자산(2150억달러·약 224조85억원) 가운데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가 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FT는 또 테마섹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흥시장으로 중국을 꼽았다.
일례로 왓슨의 경우 전세계 세전 순이익 가운데 25%가 중국에서 나온다.
이는 CLSA 애널리스트인 조너선 갤리건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시장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하다고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의 앤드류 코스그레이브 글로벌 소비재 부문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어불성설"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 변동성은 매우 단편적인 문제로 시장으로서 아시아의 가치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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