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분이 극에 치닫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회장이 대의원회에 의해 탄핵됐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의원회는 19일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노환규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회장 불신임 안건은 재적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참석과 참석대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날 임시대의원총회에는 총 242명 재적대의원 가운데 171명이 참석해 성원됐으며, 최종 투표는 178명이 참여했다. 무기명 기표소 투표 결과 136명이 불신임에 찬성, 반대는 40표로 불신임 안건이 통과됐다. 기권은 2표다.
회장 불신임 안이 가결됨에 따라 노환규 회장이 의협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의협은 '회장 유고' 상황을 맞게 된다. 정관은 회장 유고시 부회장 중에서 상임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회장직을 대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회장과 부회장이 동시에 유고일 때는 상임이사 서열에 따라 회장직을 대신 수행한다.
의협은 회장대행 체제 속에서 보궐선거를 실시해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 2002년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오늘 탄핵됨에 따라 전체 임기 3년 중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다. 현행 의협 정관은 회장의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우 60일 이내에 회장 선거를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의협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은 개표 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이번 불신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20조 2항의 총회 결의 위반과 의협 명예훼손 등 두 가지"라면서 "회장 불신임 안건이 통과된 만큼 빨리 직무대행을 만들어 총회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금까지 의협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총회에 상정돼 가결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장동익 전 회장의 경우 불신임 안건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임총 본회의가 표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처리되지 않았다. 경만호 전 회장은 불신임안이 아닌 '사퇴권고안'이 2011년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됐으나 분과위원회에서 부결돼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고 안건 폐기됐다. 이에 따라 노환규 회장은 의협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회장이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직이 박탈되는 첫번째 사례로 남게 됐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