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 발주 취소 등 선박 노후화 심각, 저임금·3D업종인 선원수급 불균형, 숙련 해기사 부족 가속화로 해양안전 위험, 해양기상 이변으로 선박운항여건 악화, 여객수송인원 증가, 해양사고 90%가 인적과실, 부처간 소통 부족'
정부는 이미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해양 안전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정책을 벤치마킹했다.
이를 근거로 중장기 계획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제1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2012년~2016년)도 세웠다. 5년 예산이 1조3214억원이고 2012년~2013년에 쓴 돈만 3649억원이다. 올해는 2900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반성과 계획이 해마다 똑같다. 오히려 전남 여수 기름유출,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등 매년 참사는 커진다.
여객선 침몰, 유류 1000kl, 항만마비 등 '대형사고 제로'라는 계획 목표가 무색하다. 정부 스스로도 '해양사고는 국민 생명·경제성장과 직결하는데 예방·사후관리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허울 좋은 공염불이였던 셈이다.
■공염불에 그친 5년 짜리 중장기 안전계획
21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해양수산부의 관계부처 합동 '제1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선원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한국해운조합의 2010년 기준 연안해운통계연보를 보면 50세 이상 선원이 전체의 76.5%를 차지한 반면 30세 미만 부원은 1.4%에 불과했다. 참사의 주범 이준석 선장(69)과 같은 60세 이상만 따져도 38.4%이다.
이런 선원수급 불균형은 숙련 해기사 부족 가속화로 이어져 해양안전을 위협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부는 2015년이 되면 최소 2%에서 최대 11%까지 공급 부족을 전망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숙련 해기사 공급 부족은 급증하는 해양안전관리 및 기술인력 수요를 확보하는데 장애요인"이라며 "교육훈련을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확대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불황이 지속되면서 신조선 발주 취소 등 선박 노후화도 심각하다. 세월호도 일본에서 18년간 운행된 '중고'였다. 더욱이 일본에서 2009년 화재까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고이력조차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상기상도 자주 변해 선박운항여건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지구 평균기온과 세계 해수면 상승 때문에 강수량, 폭우, 악천후 일수가 지난 30년 전보다 1.9~2.5배 증가했다. 10년간 최대순간 풍속은 7∼10㎧ 증대했고 대형 태풍 비중 19%에서 26%로 늘어났다.
정부는 "악천후의 강도·빈도 증가로 선박의 구조강도 및 안전 항해 기준, 항로표지 설계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내항 선박의 안전관리체제 미흡, 해양안전기술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부재, 안전관리 없는 영세 선사 난입 등도 문제점이다.
이에 반해 선박, 화물, 여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반 제도는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이용객이 늘어나므로 사고 위험성은 그만큼 올라간다.
■인명구조율 98%이상·사고대응시간 20분?
정부는 이런 환경을 개선한다며 5년짜리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종사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선박 검사제도 효율성을 높이며 안전관리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비상대응체계 선진화를 통해 인명구조율을 98%이상 끌어올리고 사고대응시간을 20분대로 유지하겠다는 다짐도 포함돼 있다. 세부 계획은 매년 새로 마련한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은 매년 똑같다. ▲인적과실 저감을 위한 교육 강화 ▲해사전문인력 양성 ▲노후 선박의 안전점검 강화 ▲선박검사제도 선진화 ▲내항 취약선 현장 안전점검 강화 ▲선사의 자체 안전관리 능력 향상 ▲내항여객선 안전운항 관리 강화 ▲해사안전 관리체계의 개선 등 일부 문구만 바뀔 뿐 재탕, 삼탕이다.
계획이 이러니 반성도 면피성에 그친다. 전년도에 대한 반성에서 2012년엔 '근거법령 미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미흡 때문'이라고 평가하더니 2013년엔 '교통 환경은 복잡 다변화하고 안전여건은 악화됐으며 국민의 해양사고 인식이 낮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2014년엔 '일부 예방·사후관리 부족, 정부 주도의 안전문화'가 이유였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 초기대응에 실패에 이어 사고 6일째인 아직까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실종된 273명 중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다. 그나마 사고 직후 구조한 174명 중 상당수는 어선들의 힘이었다. 정부의 인명구조율은 사실상 0%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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