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 전에 만든 '선박 이력관리시스템'. 이곳을 보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선박이름, 선박번호, 선주, 진수일자, 선적항, 등록 등 라이프타임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사고이력은 조회해볼 수 없다. 세월호의 선령이 20년이라고 해도 18년 동안 일본에서 운행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록은 우리나라에선 조회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세월호 역사'는 바다를 건너오면서 세탁이 됐다는 얘기다.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신인 옛 국토해양부는 2012년 '제1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2012년~2016년)을 세우면서 선박 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기본 저장돼 있던 등록 선박 기록에 수기로 작성됐던 선박의 이력을 더했고 정부기관 여러 곳에서 나눠 관리하던 기록을 하나로 통합했다. 선박의 과거를 알아야 현재에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한 제도다.
벤치마킹은 자동차 이력관리시스템이다. 선박법 8조에 의거해 등록된 모든 선박 (9만3000여척)의 등록, 검사, 사고, 말소 등 라이프타임 이력관리를 위해 자동차 시스템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시스템은 해수부 산하 중앙해양안전심판원과 연계돼 있다. 때문에 선명, 등록, 검사, 말소는 물론 사고 이력까지 마음만 먹으면 조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세월호처럼 외국에서 수입된 선박은 사정이 다르다. 외국에서 운영된 선박의 이력은 소유주의 국가에 등록돼 있다. 또 일본, 중국, 미국 등 각 나라마다 이력 등록의 방법이나 내용이 상이하다. 이렇게 다른 등록 시스템을 연동하기엔 아직 기술력도 부족하다. 우리나라와 이들 나라가 아직까지 선박 이력 공유에 대한 조율을 한 적도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효율성을 위해 (선박 이력시스템을)하고 있을 뿐 다른 나라의 선박 등록 방법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선주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전 소유주가 선박을 넘길 때 사고 이력을 속이더라도 확인하기 어렵다.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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