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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참사]경비정·헬기, 골든타임 때 “선실에서 나와라”고 방송했다면...

해양경찰 경비정과 구조헬기마저 세월호 승객 구조 때 '선실에서 나올 것'을 방송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정과 구조헬기 입장에선 당시 상황이 급박했고 여객선 내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충분히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구조되지 못한 승객 302명은 그 시간 "선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선원들의 말만 믿고 대기하고 있었다.

■어선들 "경비정·헬기, 선실 탈출 방송 안 해"

25일 구조에 참여했던 어선들과 해경 등에 따르면 해경은 16일 오전 8시58분 구조 요청을 접수한 후 경비정과 구조헬기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것은 구조헬기 511호였다. 헬기는 3층 조리실의 조리장과 조리원 등 갑판 위로 나온 6명을 구조한 뒤 다시 현장에서 6명을 살려냈다.

해경 123경비정이 도착한 것은 9시40분이다. 해경은 경비정에서 8인승 고속정을 내려 먼저 47명을 구했고 34명을 바다에서 추가로 구조했다.

그러나 경비정과 구조헬기는 이 과정에서 대공(對空)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00t급 경비정과 링스 구조헬기엔 대공방송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해경이 제공한 현장구조 동영상을 보면 선실 탈출 등과 같은 방송내용이 없다. 경비정과 함께 구조 활동을 펼쳤던 어선들도 동일한 증언을 하고 있다. 큰 배 치고 이상하게 빠져 나오는 승객이 적었는데 여객선을 향한 방송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인근에서 어선 작업 중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갔던 전남 진도군 하조도 주민 A씨는 "경비정이고 구조헬기고 방송은 전혀 하지 않았다"라면서 "해경 보트들이 몇 대 있었는데 선체가 가벼워 접근하지 못했고 오히려 어선들이 구조를 하려고 접근하니까 '위험하니 나오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A씨는 신원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다.

현완수 드래곤에이스 11호 선장도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 비슷한 진술을 했다. 그는 "9시33분쯤 현장에 도착했는데 배가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고 승객들은 아무도 뛰어내리지 않았다"라면서 "10시25분쯤 되자 선박이 좌현 쪽으로 침몰되면서 그때서야 우현 쪽에 버티고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졌었다. 현재 구조 인원은 그 때 7~8분 사이에 구조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 동안 밝혀진 내용으로 분석하면 승객들은 "선실에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믿고 있다가 침몰 직전인 10시15분 "모두 탈출하라"는 고(故) 박지영씨(22·여)의 안내를 듣고 겨우 일부만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경비정·헬기, 상황 몰랐겠지만 안타까운 대목

경비정과 구조헬기가 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세월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진도 해상교통통제센터(VTS)의 초단파무선통신(VHF) 녹취록을 보면 진도 VTS가 해경에게 상황을 전하는 내용은 없고 주변 어선들에게 출동을 요청하는 교신기록만 있다. 물론 진도 VTS가 다른 VHF를 통해 경비정과 통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통상 VHF 두 개를 가지고 교신을 한다"라며 "해경과 교신이 없다면 다른 채널을 통해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도 VTS 조차 현장 상황을 제대로 몰랐다. 세월호 선원의 거짓말 때문이다. 세월호 선원은 9시37~38분 교신에서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근접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하고 있다는.... 방송했는데"라고 속였다.

경비정123호 역시 세월호와 교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와 진도 VTS가 비상채널인 VHF16번으로 교신하고 있었지만 경비정은 진도 VTS의 고유 채널인 VHF 67번으로 교신을 시도해서다.

여기다 세월호 선원들은 그 시간 이미 VHF가 있는 브리지를 빠져나왔다. 따라서 교신을 시도해도 받아줄 사람이 없었던 셈이다.

경비정이 도착한 시간은 이미 세월호가 60도 가량 기울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갑판으로 빠져나온 승객을 구출하는데 급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때 제일먼저 구조했던 승객이 이준석 선장(69) 등 선원인 것을 몰랐다고 해경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시간이 10시25분~30분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경비정이 도착한 9시40분부터 45분~50분가량 '골든타임'이 있었다. "선실에서 빠져나와라"는 경비정의 대공방송이 없었던 게 더욱 아쉬운 이유다.

구조헬기의 안타까움은 더 크다.
헬기는 이보다 10분 가량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구조된 일부 승객은 "(헬기가)방송을 하거나 인명을 구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경비정과 구조헬기에는 대공방송 장비가 있다"면서 "구조 당시 '선실에서 나와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는지 여부는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