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서울=장충식 윤경현 신아람 기자】비바람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려는 국민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주말을 맞아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 등의 임시합동분향소를 비롯해 사찰과 교회 등에 설치된 분향소에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안산의 임시분향소는 조문객들이 대거 밀려드는 바람에 경기도대책본부가 준비한 국화꽃이 동이날 정도였다.
■안산 5일간 13만명 발길
27일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에 대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지 5일 만에 13만여명(오후 2시기준)의 조문객이 다녀가는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객들이 몰렸다. 제단에 헌화할 국화꽃 10만여송이가 동났고 일부 추모객은 국화꽃 대신 검은색 근조리본을 제단에 올리기도 했다.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교통이 혼잡한 데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들어야 하는 불편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줄을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 사이로 주말을 맞아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추모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두 자녀를 데리고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모씨(41·수원시 매탄동)는 "큰 아이가 중학생인데 먼저 합동분향소를 찾아 가자고 해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왔다"며 "직접 와서 보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희생자들 부모들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스님들이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또 참사 희생자들에게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추모곡을 헌정한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도 새벽 2시께 합동분향소를 찾는 등 각계 각층의 발길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6시께는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합동분향소 앞에서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비판하며 자해소동을 벌이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문객은 이날 오후 2시가 되면서 14만명에 육박했고 오후 5시에는 15만명을 훌쩍 넘겼다. 전국에서 보내온 휴대전화 추모 메시지도 8만건을 웃돌았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낸 각종 편지와 소원지는 분향소 입구의 오른쪽 벽을 가득 메웠고 추가로 마련된 화이트보드 10개에도 수천건이 나붙어 앞뒤로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현재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단원고 교사와 학생 등 희생자 143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으며 이날 하루 단원고 학생 27명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임시 합동분향소는 28일까지 운영되고 29일 오전 9시부터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운영된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안산 이외에 수원·부천·광명·성남·구리 등 12개 시·군에도 분향소를 운영키로 결정했다.
■서울광장에도 추모 발길 이어져
이날 오후 3시 서울시청 앞에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문을 열기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10분이 지나지 않아 조문행렬은 시청광장의 넓은 잔디밭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잠실에서 사는 김우규씨(43)는 "안산에 가려했지만 직장에 다니다보니 일정이 여의치않아 서울에 합동분향소가 생기기를 바랬다"며 "2시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김씨의 세 살배기 딸의 머리에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었다.
구로구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국모씨(47)는 "교육상 자식에게 보여주는 위인전은 상위 1% 인물을 다루지만 현실문제는 나머지 99%에서 일어나지 않느냐"며 "사회적인 일이 있을 때마다 아들을 관련 장소에 데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 부근에는 '소망과 추모의 벽'이 마련됐고 시민들은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마음을 노란 리본과 종이에 담았다. 한 20대 연인은 "인사동에 놀러갔다가 분향소가 설치된다길래 왔다"며 "이번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남긴 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천국에서 보게 된다면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 '희망을 끝까지 잃지 말고 신의 지지와 축복이 있을거라는 걸 기억하세요' 등이 영어로 적혀있었다.
이들 분향소 외에도 시민들은 사찰과 교회 등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거나 자발적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예배나 108배 등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정부의 지역단위 합동분향소 설치협조 요청에 따라 28일부터 부산시는 시청 1층 국제교류전시관 앞 로비에, 대구시는 두류공원 내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광주시는 시청 문화광장 야외음악당에, 대전시는 시청 1층 로비에 각각 합동분향소를 설치·운영한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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