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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지점 부당대출 후폭풍..“韓 은행 못믿어” 日기업자금 인출 러시

국내 일부 시중은행의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 이후 현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 후폭풍이 불고 있다. 조달금리가 올라 일본 금융업체와의 경쟁이 힘들어지고 일본 거래처도 자금을 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28일 금융권과 일본 금융가에 따르면 국내 일부 시중은행의 부당대출 사건 등으로 일본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국내은행의 도쿄지점에서 자금을 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은행의 도쿄지점들이 조달하는 자금은 대부분 현지 기업들의 예금이나 일본 금융회사와의 상품거래로 나오는 차익 등이다.

원래는 조달금리 2%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3% 이상이어서 0.7%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일본 현지 은행들과 동등한 경쟁이 힘들었다.

한 시중은행 도쿄지점장은 "조달금리를 겨우 1% 안팎으로 낮춰서 대출금리를 2%까지 떨어뜨려 이제야 경쟁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자금조달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며 "최근 일본 현지은행들이 자주 전화가 오는데 너희 은행은 뭔가가 없느냐는 의심의 전화다. 일본인들의 특성상 한번 의심하면 이를 풀기가 어려운데 앞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 현지 금융회사들은 국내은행 도쿄지점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에 대한 급매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일본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타면서 일본 금융회사와 부동산업체들이 부동산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지가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대도시인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상업용 부동산 평균 가격은 지난 2012년보다 1.6% 상승했다.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재일동포 중 뉴커머들이 매매에 나섰던 도쿄 신주쿠 지역은 다소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가 부실해진 뉴커머들이 급매물로 내놓는 등 가격을 낮췄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일본 부동산 업체들이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시중은행 도쿄지점장은 "국민은행이 최근 부실을 털어낸다고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을 매각했을 때 일본 부동산 업체들과 금융회사들이 모두 가져갔다"고 귀띔했다.

도쿄 시내에 위치한 만큼 향후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급매물을 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지의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국과 일본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속히 공조해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총체적인 부실이 아닌 개인 비리인데 마치 국내은행 전체가 부실해졌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어 현지 영업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는 "일본금융청도 처음에는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머지 은행들도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지극히 개인적 비리에서 출발했는데 마치 은행 전체가 부실하다는 것처럼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