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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참사] 해경 “배에서 탈출하라” 선내방송 안들렸다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활동을 벌였던 헬기와 경비정이 해양경찰청 훈령을 위반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수색구조는 통신이나 인쇄물을 통해 '생존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세월호 구조활동에선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9일 해경 항공구조단과 123경비정이 제공한 세월호 승객 구조 동영상을 보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것은 9시30분께 구조헬기 511호였다. 헬기는 3층 조리실의 조리장과 조리원 등 갑판 위로 나온 6명을 구조한 뒤 다시 현장에서 6명을 살려냈다. 해경 123경비정은 이보다 7~8분 늦은 9시37~38분부터 바다에 빠진 승객 위주로 81명을 구했다.

해경은 당초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다가 초동대응 부실 논란이 일자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5분가량 '선내탈출'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헬기와 경비정에서 각각 촬영한 동영상에선 '선내탈출' 방송은 들리지 않는다. 해경 헬기와 경비정은 모두 대공(對空) 방송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경비정과 함께 구조 활동을 펼쳤던 어선들도 동일한 증언을 하고 있다. 큰 배 치고 이상하게 빠져 나오는 승객이 적었는데 여객선을 향한 방송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구조승객도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종합하면 경비정에서 5분가량 여러 차례 방송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선실까지 전달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헬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양경찰청 훈령 제27조 '해양경찰 항공운영 규칙'에 따르면 수색구조에 참가하는 항공기는 생존자에게 정보전달이 가능한 통신장비 설치나 인쇄전문을 투하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헬기와 경비정 소리에 묻히지 않는 방법으로 세월호 승객들에게 '선내에서 탈출' 등 구조 안내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양경찰 항공운영 규칙은 또 수색구조에 참가하는 항공기는 '메가폰'을 구비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메가폰은 흔히 볼 수 있는 휴대용 확성기다.

경비정에 관한 이 같은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똑같은 수색구조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운영 규칙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헬기와 경비정은 안내방송을 듣고 탈출하는 승객이 3~4명에 불과한데도 선실 내에 직접 진입해 구조를 하거나 조타실에서 선내방송을 하지 않았다. 경비정 대공방송이 들리지 않았을 경우 고무보트가 선박 근처에 진입했을 때 메가폰으로 안내 방송을 하는 방법도 있다.

경비정과 헬기가 현장에 머무르는 40여분 동안 교신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경비장과 헬기의 교신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경 상급기관인 해수부 관계자는 "훈령은 법적인 제재조치는 없지만 규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면서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