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검사·점검, 해수부·해양경찰 로비 등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선급(KR)과 선박안전기술공단(KST), 한국해운조합이 해양수산부 정책의 상당 부분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R와 KST, 해운조합은 전직 해수부 관료를 일컫는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장악한 조직이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 제공 기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지만 'e-내비게이션' '여객선 전산매표시스템 및 무인발권시스템' 등 참사 이후 대안·대책 성격의 정책에도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장 시급한 '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방안 마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에도 포함됐다가 뒤늦게 빠졌다.
2일 해수부에 따르면 e-내비게이션은 기존의 선박운항.조선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하는 것이다. 각종 해양 정보를 차세대 디지털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선박 내부, 타선박 또는 육상과 실시간으로 상호 공유.활용하는 차세대 선박 운항체계다.
e-내비게이션이 구축되면 항해사의 업무 부담이 경감돼 운항 미숙이나 과실에 의한 해양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선박운항정보의 육.해상 공유로 신속한 입.출항 수속, 하역준비 등 항만운영업무의 통합이 가능해져 해운물류 및 운송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e-내비게이션은 유엔 산하 해사안전 분야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2018년 시행을 목표로 지난 2006년 도입했다.
해수부는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9년까지 연구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모두 2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참사의 가해자 집단 중 하나로 지목된 KR, KST가 e-내비게이션 핵심작업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e-내비게이션 사업에 착수한 지난해부터 비전, 목표, 추진전력, 기술 및 시장전망, 분야별 중점추진과제, 관련정책, 이용자 요구 등을 연구하는 '핵심작업반'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e-내비게이션 기술위원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해수부는 e-내비게이션 시장 규모를 1200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상 부실검사와 비리의혹 기관이 우리의 미래 안전과 해양 먹을거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KR와 KST, 해운조합은 또 해수부의 '해양사고 30% 줄이기' 해양안전종합관리 TF에도 함께하고 있다. 종사자 안전역량 향상, 선박·해양시설 안전성 강화, 안전문화 조성 등의 주기적 이행실태를 점검·관리하고 해양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이다. 이미 올해 2월 첫 모임을 가졌다.
해수부는 해운조합 일부 간부가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인데도 해운조합의 전자발권시스템 운영을 유지하도록 했다.
해수부는 여객선 침몰참사 대책으로 오는 7월부터 개선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그 권한은 그대로 해운조합이 가지도록 했다. 해운조합은 연안 여객선 매표시스템을 변칙적으로 운영하고 돈을 횡령했다가 2012년 해수부 감사에서 적발된 전력이 있다.
해수부는 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민관합동 TF 역시 KR, KST를 포함시켰다가 논란이 되자 로이드 선급, 노르웨이 선급으로 검사기관을 바꾸기도 했다. TF는 손재학 해수부 차관이 주재한다.
황보우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관행적 비리가 여전한 것은 업계나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가려는 관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모피아, 금피아, 해피아 등 관피아를 없애려면 이런 낙하산 인사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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