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태국 잉락 친나왓 총리 실각

태국 헌법재판소(헌재)가 7일(이하 현지시간)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권력남용 혐의에 유죄를 판결했다. 이로써 잉락 총리는 즉각적으로 총리직을 상실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이날 잉락 총리가 2011년 9월 야권 인사였던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전보 조치한 행위에 숨겨진 의도가 있었으며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같은 날 차룬 인타찬 태국 헌법재판소장은 텔레비전을 통해 "잉락 총리가 인사권을 남용한 점이 인정되며 만장일치로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리뿐만 아니라 당시 타윈의 전보를 지지했던 각료 9명도 함께 해임됐으며 니와탐롱 분송파이산 부총리가 총리 직무대행을 맡아 과도정부를 이끌게 된다. 과도정부는 총선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올 7월 20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잉락 총리는 판결 전날 헌재에 출두해 "인사조치는 총리로서 정당한 권한행사였다"고 밝힌 바 있다. 태국 집권당 푸어타이당 포킨 폴라쿨 부대표는 이번 판결을 두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평화롭게 표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총선이야말로 정치적 혼란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끝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측 지지자들의 충돌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잉락 총리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 '붉은셔츠'의 지도자 자투폰 프롬판은 6일 "헌법에 도전하는 세력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나흘 뒤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반정부 시위대인 이른바 '노란셔츠'는 이미 5일부터 태국 방콕서 시위를 벌여왔으며 14일 '최후의 시위'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블룸버그는 과도정부가 총선까지 잉락 내각의 각료들과 국정을 꾸려야 한다며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대로 정치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잉락 총리는 2008년 부패 및 권력남용으로 실각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여동생으로 2011년 7월 총선에서 푸어타이당 후보로 당선됐다. 취임 당시 태국에 밀어닥친 유례없는 홍수 피해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으나 이듬해 6%가 넘는 경제성장을 일궈내며 지지층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최저임금제 개선과 파격적인 쌀 수매 정책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