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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낙찰제의 그늘] (·끝) 심사때 가격 비중이 절대적.. ‘시공 능력 우대’ 빛 못본다

[최저가 낙찰제의 그늘] (·끝) 심사때 가격 비중이 절대적.. ‘시공 능력 우대’ 빛 못본다

정부가 최저가낙찰제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놓은 것은 가격과 공사능력,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이다.

하지만 원하는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종합심사낙찰제마저도 낙찰가격이 전체 평가점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사능력과 사회적 책임에서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저가를 써낸 업체가 선정된다는 얘기다. 사실상 저가 낙찰제의 일정부분이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더욱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조달청은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업계에선 낙찰률 하락 우려도 나온다.

■저가낙찰제 대안 종합심사낙찰제

정부의 종합심사낙찰제는 과도한 가격경쟁을 유발해 덤핑낙찰, 공사품질 저하, 건설 산업재해 등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최저가낙찰제의 해결책이다.

점수산정 방법은 이렇다. 우선 공사 수행능력과 가격, 사회적 책임 부분을 따로따로 평가한 뒤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에 공사를 준다.

이 가운데 공사수행능력(40~50점)은 △시공실적(20~30%) △매출액 비중(0~20%) △배치 기술자(20~30%) △공공공사 시공평가 평점(30~50%) △규모별 시공역량(0~20%) 등을 따진다.

시공실적은 해당 공사에 필요한 핵심공법, 구조, 규모, 인력 등에서 경험이 있는지를 대한건설협회 신고자료 등으로 평가한다. 매출액 비중은 특정 분야에서 기술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건설업체를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배치기술자는 현장대리인, 시공.안전.품질 등 책임자의 시공경력을 점수로 내며 규모별 시공역량은 공사 난이도.규모에 따라 입찰등급제(유자격자 명부)를 운영한 뒤 상위등급 업체가 하위등급 사업에 입찰하면 감점 처리한다.

사회적 책임은 가점방식이다. 국내 건설인력 고용 및 근로기준법 준수 수준(20~40%), 공정거래(30~40%), 건설안전 수준(20~40) 등 건설산업 발전에 필요한 항목을 살펴본 뒤 긍정적 평가를 받은 건설업체에 가점을 주는 형태다. 다시 말해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노력하고 하도급 업체와 상생하며 안전사고가 없는 입찰자가 유리하다.

문제는 입찰가격(50~60점)의 파워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공사 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점수에서 동일한 점수를 받은 건설업체 중 가장 낮은 입찰가격을 써낸 곳을 낙찰자로 선정하도록 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의 입찰행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되, 낮은 가격 입찰자가 높은 점수를 받는 원칙"이라며 "입찰자 사이에 견제와 균형으로 합리적 입찰가격이 형성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경우 아예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후한 점수를 주는 추세다. 건설공사는 일회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투입비용을 줄이기보다는 발주자에게 최고 가치를 제공한 건설업체를 선정한다.

■저가낙찰의 '유혹'은 여전

정부도 이를 우려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긴 했다. 건설업체들의 극단적 입찰을 차단하기 위해 입찰가격이 적정(균형가격)한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즉 평균가격을 왜곡할 수 있는 상.하위 20% 입찰가격을 제외한 상태에서 균형가격을 산출한 뒤 균형가격 이하 입찰자는 원칙적으로 만점을, 이상 입찰자는 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각각 준다.

균형가격 이하 입찰자라고 해도 균형가격보다 3%가량 낮은 경우 만점이 아니라 기본점수인 80점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예를 들어 400억원짜리 공사의 75%가 균형가격(30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291억~300억원은 100점이고 315억원은 98.87점, 330억원은 95.39점, 345억원은 89.30점이 되는 식이다. 291점 미만은 80점이다.

기재부는 "최저가낙찰제에서 최대·최소 입찰자 간 입찰률 차이가 2% 내외인 점을 참고했다"며 "공종별 단가, 하도급 계획, 물량, 시공계획을 점검한 후 적정기준에서 벗어났다면 감점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오히려 균형가격 설정으로 낙찰률이 최저가 낙찰제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균형가격에서 일정비율에 만점을 줄 경우 수주를 위해 입찰가격이 만점의 최하범위에서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거듭할수록 균형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보완없이 이대로라면 결국 가격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일단 2014~2015년 2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대규모 공사 발주가 많은 공기업 6곳의 300억원 이상 공사 21건 등을 대상으로 종합심사낙찰제를 시범 시행키로 했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최저가낙찰제의 '1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 적용'은 유예한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