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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작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꿈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리스본 행 야간열차(감독 빌 어거스트)'는 젊은 시절 뜨거운 가슴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추억과 오늘 그리고 그 꿈을 동경하는 한 평범한 남자의 작은 일탈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꿈을 쫓았던 사람들의 행적을 한 권의 책을 단서로 쫓아간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학교에서 고전문헌학을 강의하는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 분)는 새로울게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지식인이다. 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하던 중 자살시도를 하는 여인을 구해낸다. 하지만 그 여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레고리우스는 그가 남기고 간 옷 안에서 한 권의 책과 열차표를 발견한다.

이미 수업을 내팽개치고 나온 것만으로도 일생 최대의 일탈을 행했던 그레고리우스는 그날 리스본 행 야간열차에 오른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강렬함에 끌린 그레고리우스는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 분)의 흔적을 찾아간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구중립국으로 독일, 프랑스 등 강대국에 둘러쌓인 지정학적 위치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며 평화와 부를 이룩해온 스위스에게 서유럽의 빈국이자 독재와 카네이션 혁명을 경험한 포르투갈은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로 보일 것이다.

그레고리우스는 막연히 책에서만 보았던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간다. 아마데우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를 자신만의 기억으로 떠올렸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포르투갈의 귀족 가문 출신이자 판사 아버지를 둔 아마데우는 노동자 집안 출신의 조지(오거스트 디엘 분)와 절친이 된다. 어느 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두 청년은 사회주의 사상에 공감하고, 약국까지 차려줄 정도로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독재자 살라자르에 맞선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청년 아마데우는 갈등한다. 의사의 사명감으로 악명 높은 멘데즈를 살려내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신자라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랑했던 친구 조지와 멀어지는 것에 상처를 받는다.

이 두 젊은이의 우정을 흔드는 것은 뜨거운 가슴을 지닌 여성 스테파니아(멜라니 로랑 분). 그는 조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마데우를 원한다. 아마데우는 조지에 대한 마음으로 스테파니아를 멀리하지만 혁명은 그들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조지는 질투에 휩싸여 분노하다가도 아마데우에 대한 우정 때문에 마음을 돌린다.

영화는 포르투갈 혁명에 휘말린 세 청년들의 뜨거운 사랑과 함께 독재의 하수인으로 민중을 억압했던 사람과 독재로 인한 고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모두가 마음 속에 큰 상처를 안고사는 사람들이다.

주앙은 비밀경찰에게 고문을 당해 피아노 조차 연주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마저 버림받으며 요양원으로 얼마남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에게 혁명의 상처는 절대 지울 수 없는 흉터와도 같은 것이다.

반면 멘데즈의 손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민중을 탄압했던 독재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살까지 시도할만큼 상처를 받는다. 결국 독재와 혁명은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그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함에 끌리면서도, 자신의 직업인 강단을 포기하지 못한다. 빨리 학교로 돌아오라는 교장의 명령에도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유약함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미 꿈을 쫓는 용기를 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그레고리우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원작소설에 충실하면서도 로맨스와 미스테리 스릴러의 경계선을 유지해 나간다. 또한 포르투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영상에 담아내 유럽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과거 강력하게 악역을 도맡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닌 난생 처음 일탈을 감행하는 소심한 지식인의 모습을 중후하게 표현해냈다. 크리스토퍼 리, 샬롯 램플링, 레나 올린 등 중견배우들의 연기도 안정감 있다.


무엇보다 독재에 맞섰던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비슷한 점은 공감대를 자아낸다. 결국 역사의 중심은 특정 개인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이며 누구나 그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꿈을 쫓아가는 용기에 대한 찬사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치열한 시대의 중심에 섰던 한 청년의사의 고백과도 같은 '리스본 행 야간열차'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용기를 내는 사람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