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청장 후보 가운데 36.7%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안전공약을 1순위 정책으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개발 공약도 정책공약 이슈 가운데 2위를 차지하며 경기활성화에 대한 유권자의 욕구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경향이 이번 선거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뉴스가 1일 서울 25개 구청장 후보 캠프와 공약집을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구청장 후보들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 올리기가 역부족이어서 정책공약 마련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입장이다.
■구청장 공약에서도 1순위는 '안전'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이번 서울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 25개 구청장 후보들도 일제히 시민을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약 마련에 방점을 찍은 것.
본지가 25개 여야 구청장 후보자 가운데 49명을 대상으로 정책공약 주제별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시민안전을 위한 공약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후보는 18명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6.7%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시민안전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가 당시 민주당 후보 한 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안전공약의 중요도가 급부상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해 안전에 관심이 높아진 유권자를 겨냥한 '맞춤형 공약'으로 풀이된다.
시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 구청장 후보자들은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재난대응시스템 구축 정책이 눈에 띈다. 안전공약을 최우선으로 삼은 18명의 후보 대부분이 재난 예방에 대해 언급했다. 산사태에 대비한 '재난재해 예방체계 구축' 공약을 내건 조은희 새누리당 서초구청장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안전은 시대의 화두"라며 "서초 지역에는 우면산 사고가 있지 않았나. 안전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공약의) 경중을 따진다면 안전대책이 단연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택기 새누리당 광진구청장 후보는 '민관학 협력 안전마을 조성' 공약을 내걸었다. 권 후보 측은 "재난은 사전 안전대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민관학 협력 안전마을은 소방·경찰·구청 등이 3각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민들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거리 범죄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려는 후보자도 있었다. 김남성 새정치민주연합 중구청장 후보는 첫 번째 공약으로 '안전한 중구 프로젝트'를 내놨다. △안전도시추진위원회 구성 △구형 폐쇄회로TV(CCTV)를 대체할 고화질 CCTV의 단계적 도입 △'맞춤형 안전지킴이' 운영 등이 골자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중구는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 발생건수가 전국 지자체 중 2위"라며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안전분야의 경험과 철학을 지닌 김 후보에게 지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오 새정치민주연합 성동구청장 후보는 학교 체육, 공공시설 등에 대해 대대적인 정밀안전진단을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와 지하철 2호선 충돌사고 이후 높아진 시설물 관리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에 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 캠프 측은 "세월호 참사 후 공공기관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뜻을 내비쳤다. 장성수 새누리당 동작구청장 후보도 안전점검 실시 공약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경제 살리자" 지역개발 공약 후끈
세월호 참사로 인해 후보들이 '안전'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와중에도 '지역개발'은 여전히 뜨거운 화두였다. 후보들이 이처럼 개발공약을 주창하는 것은 지역 내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지역경제를 살려 유권자의 마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선거에 출마한 전체 25개 구에서 49명의 여야 구청장 후보의 핵심 공약을 분석한 결과 전체 후보의 22.4%가 공약집에 지역개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역개발 공약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다. 실제로 2010년 구청장 선거 당시 전체 50명의 여야 후보의 주요 5대 공약 중 26.8%가 지역개발 관련 내용이었고 현재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후보들은 지역개발 공약 제시의 가장 큰 배경으로 경기활성화를 내세웠다. 김기성 새누리당 강북구청장 후보 측은 "현재 강북은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며 "오랜 기간 침체된 강북 지역의 경기를 깨우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해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겸수 새정치민주연합 강북구청장 후보 측도 "북한산 주변의 고도지구를 완화하고 경전철을 개통하겠다"며 "강북을 서울 동북부의 신성장 중심도시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 간 공약 차이도 눈에 띈다.
강남 지역에선 23명의 구청장 후보 중 7명이 지역개발을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며 전체 공약의 30.4%를 차지한 반면 강북 지역에서 지역개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전체의 26명의 후보의 15.4%인 4명에 불과했다. 지역개발을 전면으로 내세운 강남 지역에 비해 강북 지역은 강남의 절반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강남 지역에 출마한 A후보는 "강남은 높은 임대료와 불편한 교통시설로 기업들이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지역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떠나간 기업들을 돌아오게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행정개혁 논쟁 가열
한편 '현역 프리미엄'을 뛰어넘기 위해 행정개혁을 주요 3대 공약으로 꼽는 후보도 있었다. 새정치연합의 김남성 중구청장 후보, 이창우 동작구청장 후보, 박용모 송파구청장 후보와 새누리당의 김규성 성북구청장 후보, 김기철 강서구청장 후보 등 5명이다. 현직 구청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들 후보는 해당 구의 청렴도나 재정투명성, 재정자립도 등을 지적하며 상대 후보의 민선 5기 구정운영을 비판했다.
김남성 중구청장 후보는 구정운영 청렴도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후보 측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측정 결과 전국 광역시 69개 자치구 중 (중구가) 최하위로 나왔다"며 " 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편향적인 인사를 펼치는 등 구정 운영에 혼란과 낭비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도시를 위해 '구정평가단'을 발족하고 외부 전문감사관 채용 및 상시 감시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김기철 강서구청장 후보는 과도한 적자사업을 문제로 지적했다. 관내 문화원, 겸재정선기념관, 허준박물관 등 적자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박용모 송파구청장 후보는 '바로잡다'를 슬로건으로 잡았다. 후보 측은 "지난 14년간 새누리당 구청장이 집권한 이후 잘못된 송파구의 행정을 바로잡겠다"며 "55.1%에 불과한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구청장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성북구에서 김규성 후보와 맞붙는 김영배 새정치연합 후보는 지난 4년간의 업적을 오히려 강조했다. 후보 측은 "전무했던 주민참여예산이 19개 분야 71억원으로 늘었고 정책분야별 열린토론회를 신설해 13회에 걸쳐 실시했다"며 주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생활정치를 일궈냈다고 밝혔다. 최창식 새누리당 중구청장 후보 역시 "지난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으니 현명하신 중구민들의 판단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박나원 양창모 이병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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