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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가 끝 아냐” 미국식 자산매입 등 ECB 추가대응 검토

“금리인하가 끝 아냐” 미국식 자산매입 등 ECB 추가대응 검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행하고 있는 자산매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ECB가 은행들의 ECB 예치금리를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는 등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이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ECB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가 끝이 아니라면서 자산매입을 포함해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에서 0.1%포인트 낮추고, 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하루짜리 단기금리를 제로(0)에서 마이너스(-)0.1%로 떨어뜨렸다. 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면 할수록 벌금을 내는 셈으로, ECB가 푼 값싼 금리의 돈을 시중에 풀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또 실물경제에 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방편으로 은행들에 장기 저리자금을 공급해 이 돈이 기업에 유입되도록 하는 '장기자금지원(LTRO)' 방식도 재도입했다. ECB는 금융위기 이후 LTRO를 시행해 효과를 봤다. 아울러 은행에 푼 돈을 다시 흡수하는 이른바 '불태화'도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매파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가 포함된 집행이사회가 금리인하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공개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이날 결정을 "의미심장한 정책조합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게 끝이냐 하면 답은 '노(No)'"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조치 가운데 하나로 Fed의 양적완화(QE) 정책수단인 자산매입을 꼽았다.

Fed는 시중금리를 떨어뜨리고 통화를 공급하는 수단으로 국채(TB)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광범위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틀림없이 이 같은 정책수단 가운데 하나"라면서 집행이사회가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의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아마도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성장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위한 금리정책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해 자산매입 등 추가 대응수단을 강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통화정책의 폭죽(ING 이코노미스트 카스텐 버제스키)" "유로존 상황의 진정한 전환점(인테사 산파올로 최고경영자(CEO) 카를로 메시나)"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ECB의 정책조합에 대해 시장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기대한 것은 거대한 한 방, 즉 '바주카'였지만 ECB의 대응은 "무수히 많은 엄청난 '작은 총탄'들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ECB 경제분석팀은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유로존의 연율 기준 물가상승률이 지난 3월 예상했던 1%를 밑도는 0.7%에 그치고,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던 2016년 4·4분기 인플레이션도 1.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또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도 3월 전망치인 1.2%를 0.2%포인트 밑도는 1%로 수정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