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에 대한 기업과 직장인들의 관심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의 일과 삶의 조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고 기업경영 효율성의 제고는 물론,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 응대업무 관련자, 조별 교대근무자, 제도.인프라 미비 등으로 유연근무제 활용이 힘든 근로자들을 위해 효율적인 휴가 사용방안들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진화하는 각종 '유연근무제'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들에게 일하는 시간과 공간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유연근무제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 중 성공적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운영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고용정보의 경우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으로 근무시간을 편성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근로자는 하루 4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5시간(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 6시간(낮 12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근무하면 된다. 2013년 5월 현재 기준 13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근무하게 되면서 전일제 근무가 어려운 인원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해소할 수 있어 인력난이 해결됐고, 집중적으로 인력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 효과를 봤다.
특히 업종 특성상 이직률이 높았던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도 낮아졌다.
한국전력 자화사 중 하나인 한국남부발전㈜은 업무 특성상 지방 사업소가 많아 주말부부도 많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조화로운 기업문화가 그 어느 곳보다 필요한 사업장인 셈이다. 이 회사는 전국 사업소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유연근무 인식 개선 교육을 연 2회 이상 실시, 유연근무 선정 절차 간소화를 위해 전자결재 시스템부터 도입했다. 사내 메신저도 유연근무시간도 표시되게 제작하는 등 꾸준한 노력 덕분에 2012년 대비 지난해 유연근무 사용자가 156% 증가했다. 덕분에 3년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GWP 코리아)'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여성경제인연합회)' 대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유연근무제의 경우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시간제 근무(Part-time work), 탄력적 근로시간제(Flexible-time work), 선택적 근로시간제(Alternative work schedule), 재량근무제(Discretionary work), 재택근무제(At-home work), 원격근무제(Telework) 등이 각종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성과 중심의 인력평가 시스템이나 명문화된 기업 내규, 경영진 및 관리자 등과 직원들 간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상호 개선 등은 유연근무제의 확산을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휴가도 제대로 못가는데…"
하지만 개인적인 삶과 직장과의 합리적 공존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유연근무제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휴가, 회식, 야근 등 한국적 직장문화가 그것이다. 2014년 고용노동부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대한 인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 부여된 휴가를 '100%' 다 사용했다는 응답은 22.4%로 약 77.6%의 직장인이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임금근로자와 인사담당자 1, 2위의 답변이 일치한다. 하지만 임금근로자의 경우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업무 태도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 같아서'라는 3, 4위의 답변을 볼 수 있다. 업무 특성과 업무량으로 인해 휴가 사용이 원활하지 않았다면 기업 차원에서 업무 환경 및 근로 생산성을 따져보거나 유연근무제도 등의 제도 활용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면대면 문화에 익숙한 사회 인식과 책상 앞을 고수하는 것이 성실함을 대변한다는 상사의 인식 때문이라면 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함께 논의하여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 대기업이 초과근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초과근무로 가정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6%,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33%, '초과근무 때문에 부서 이동이나 전직을 고려하겠다' 19% 등으로 나타났다. 야근으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가족 및 인간관계가 악화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이직 의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고용부가 운영 중인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0% 정도가 음주 위주의 술자리 회식을 가장 피하고 싶은 직장문화라고 손꼽았다.
하지만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말로 직장상사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본인의 상' 이외에는 전원 참석을 강요하며 '소통+파트너십+스트레스 해소=회식'을 불변의 진리처럼 외친다.
새내기 직장인들은 대부분 회식을 하더라도 '날짜는 최소 일주일전 공지' '119지키기(1가지 술로 1차까지 9시 전에 끝내기')를 원했다. 대신에 가장 선호하는 회식의 유형에 대해서는 남녀 대부분 '맛집 투어 위주 회식'을 택했고, 여성의 경우 '연극, 영화관람 등 문화생활 회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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