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잠룡’들의 복귀 무대라는 7.30, 잠룡들의 ‘무덤’되나

'잠룡'들의 부활 무대라는 7·30 재보궐선거가 자칫 잠룡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잠룡 중 하나로 꼽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은 당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지역구였던 수원 팔달구(수원병) 출마 압박을 넣자 고민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손 고문은 경기지사에 출마했던 김진표 전 의원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대신 김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영통구(수원정)를 이어받기로 '딜'이 됐으나 손 고문이 상대적으로 야권에 어려운 지역에 나가 수원 전체의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손 고문을 견제하려는 현 지도부의 의중도 반영돼있다는 게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손 고문 입장에선 수월한 원내 진입을 위해 수원정에 출사표를 던져야 하지만 당의 요구도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6·4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를 뺏기고 광주시장 전략공천을 놓고 안철수 공동대표와 대립했으나 윤장현 후보의 승리로 손 고문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여기에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도 여타 후보들에 밀리면서 이번 7월 재보선이 손 고문의 정치적 도약을 위한 마지막 발판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때문에 손 고문이 당의 요구대로 수원병에 나가 패할 경우 손 고문의 원내 진입 기회는 더욱 멀어지는 셈이다.

서울 동작을을 고민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도 '무덤행'에서 예외가 아니다. '2인자'를 두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새누리당이 김 전 지사에게 동작을 공천권을 줄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선거법상 지사 임기를 다 채우면 같은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대문을이 열리지 않는 이상 김 전 지사의 선택지에는 동작을밖에 없다. 동작을에 김 전 지사가 아닌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대항마로 정 고문 카드는 힘을 잃게 된다. 나 전 의원의 출마가 결정되면 나 전 의원을 상대하기엔 정 고문이 아닌 금태섭 대변인이 적임자라는 말이 당 일각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올드보이'가 아닌 '영보이'를 밀어줘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심산에서도 정 고문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진 확실치 않다.


김포 출마가 거론되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당선이 불투명하다. 전통적으로 '여권밭'이라 불리는 김포에서 김 전 지사가 힘을 쓸 수 있을지 미지수란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효과가 지방선거에서 이미 소진돼 달리 띄울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공천 문제로 당 지지율 하락까지 예견되는 등 이번 재보선은 예년과 달리 야당에 불리한 지형"이라며 "재보선이 끝나면 잠룡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줄줄이 집으로 돌아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