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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 10대그룹 익스포저 104조원

4대금융, 10대그룹 익스포저 104조원

"지난 1·4분기엔 대기업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앞으로가 더 불안하다.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더 쌓아야 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은행권의 공통된 고민은 이렇다.

100조원을 웃도는 10대 그룹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등 기업 여신 때문에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규 자금지원 등으로 채권은행들이 새로 쏟아부어야 할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동부그룹처럼 경기 악화로 대출액을 회수할 가능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손(대기업)을 버리기 어려운 은행 입장에서는 '돈 먹는 하마'와 같은 존재지만 차환 및 신용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만큼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상위 10대 주채무계열 그룹에 대한 신용공여 등 익스포저 규모는 최대 104조81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101조4011억원보다 3.36% 늘어난 것이다.

익스포저 규모가 가장 큰 하나금융지주는 33조3115억원이었다. 전년 말 31조5459억원보다 5.60% 늘어난 것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증가폭도 가장 컸다.

신한금융지주는 전년 말 24조9310억원보다 4.95% 증가한 26조1640억원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는 16조4670억원으로 전년 말 17조30억원에서 3.15% 감소세로 돌아섰다.

우리금융지주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개별 상위 30대기업 익스포저는 28조8698억원으로 전년 27조9212억원보다 3.40%나 늘었다. 10대 개별기업 익스포저는 16조525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0.13% 늘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10대 그룹 익스포저가 최소 16조~27조원대에 달한다고 가정할 때 4대 금융지주의 총 신용공여는 92조4682억~104조81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말 89조9838억~101조4012억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익스포즈 규모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은행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쏟아 부은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경기 우려로 대출액을 회수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부실이 늘면 은행은 충당금을 그만큼 더 쌓아야 한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부실 계열사에 대해 지원을 해야 하는 기업의 주주, 채권자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면서 "특히 재벌그룹의 경우 지배구조 특성상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어 부실 계열사 지원을 위한 의사결정이 역설적으로 다수 주주, 채권자의 부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부그룹과 갈등을 빚어온 채권단이 주도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금융당국이 지목한 14개의 대기업 그룹 가운데 구조조정이 가장 지체되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정리나 회생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위험 대비용 비용이 늘어 정상기업에 돌아가야 할 돈이 줄어드는 자금경색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4년 4월)'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부담이 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준은 아니지만 추가 건전성 하락은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