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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기계는 모든 산업의 기반”

[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기계는 모든 산업의 기반”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이 29일 대전 가정로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한국기계연구원을 융합연구 기반의 선도형 기술 창출 글로벌 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와 함께 운영방안 및 계획,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계산업의 핵심은 여러 가지 기술을 한데 모아 묶어내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요소기술들이 서로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일어납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과학 전 분야에 걸쳐 산재된 요소기술을 엮어 상품으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기계연구원이 추구하는 '혁신'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KIMM) 임용택 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축적하던 1980년대부터 선진국 수준에 이른 지금까지 발전과정을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놓은 복안은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할 것과 서두르지 않고 모든 단계를 차근히 밟을 것이다.

임용택 원장은 "여러 개의 학문이 융합돼 있어 한쪽 분야만 잘한다고 해서 결과물을 만들 수 없는 분야가 공학"이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을 위해 실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임 원장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의 단계가 필수적이고 기계산업은 이미 그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지속한다면 좋은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원 경영비전과 관련, 그는 "연구원이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도전기술을 의미하는 지식(Knowledge)을 확보하고, 통합과 융합으로 혁신가치(Innovation)를 창출하며, 소통과 조화로 생동적 문화를 조성하자는 의미에서 동기부여(Motivation)를 하고, 고객지향형(Marketability) 연구개발(R&D)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KIMM이라는 영어약자에 발전전략을 담았다"며 이를 통해 융합연구 기반의 선도형 기술 창출 글로벌 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첨단기술 혜택을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국민행복 기계기술'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임 원장을 29일 대전 가정로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만나 기계산업 전반에 걸친 현안과 발전방향을 들어봤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연구원의 역할과 실천방안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기계연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국가나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계분야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같이 기존 기술을 융합·발전시켜 기술의 시장성을 높이는 연구에 전념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개발된 연구 성과의 기술이전과 기술지원으로 중소 또는 중견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는 어떤 의미인가. 이외의 대표적인 성과가 있다면.

▲자기부상열차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 1989년부터 25년간 연구에 매진해 실용화를 이룬 대표적인 성과다. 이는 국가 주도의 대형 국책 연구사업이 실용화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인천국제공항뿐만 아니라 대전도시철도 2호선으로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가 결정됐고 러시아 등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구원은 이번 실용화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부상 제어 및 선형추진 제어기술 등을 바탕으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 및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용 무분진 청정이송시스템 등 친환경 물류시스템 개발과 같은 신산업 창출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자기부상열차 이외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원자로냉각재펌프(RCP) 수력설계기술 개발이 있다. 원자로냉각재펌프는 원자로 내의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고온.고압의 물로 이루어진 냉각재를 순환시키는 원자로 1차 계통의 부품으로, 원전 플랜트에서 심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전 플랜트 핵심 기자재의 경우 외국기술 도입 후 설계기술 자립까지는 보통 20년이 걸리는데, 기계연은 두산중공업과의 협력연구로 5년 만에 기술자립을 달성했다. 이에 원전 1기 기준으로 약 1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연구원의 중소기업 지원 활동과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효과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먼저 연구원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술 해결을 기술자문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또 시험검사지원, 기업 간 교류지원, 정보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전지역 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 운영 및 권역별 기업지원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업밀착형 지원을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전담인력을 운영하고, 지역센터(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부산레이저기술지원센터) 및 권역별 기술교류회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해 고객기업 중 'KIMM-파트너' 기업을 선정해 심층지원할 방침이다.

―연구원만의 연구확산 전략이 있나. 대표적인 기술이전 사례는.

▲기계연은 기술이전을 통한 기업의 R&D 역량 제고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 10년간 연구원이 보유한 우수 기술 880건을 기업으로 이전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 기계연 연구소기업으로 출발한 이후 연구원으로부터 다양한 기술지원과 창업보육 밀착지원을 받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제이피이'로의 기술이전 사례다. 연구원이 제이피이에 이전한 '초정밀 미세 패턴 롤 금형제조 기술'은 LCD 및 발광다이오드(LE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고기능성 광학필름을 제조하기 위한 필수 기반기술이다. 기술의 국산화를 목표로 2006년부터 연구원 주요 사업으로 본격적 연구개발을 시작했으며, 2008년 기술출자를 통해 제이피이를 연구소기업으로 설립해 본격적인 기술 사업화에 돌입했다. 제이피이는 2013년 매출액이 100억원에 이르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2008년 매출액 대비 30배 이상 증가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출연연 연구소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또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정전기와 물을 사용해 유해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전기집진식 공기정화장치 기술은 '지홈'에 이전해 한국과학기술지주회사가 제1호 투자기업으로 투자를 할 예정이다.

[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기계는 모든 산업의 기반”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혁신을 위한 융합연구가 활발한데.

▲최근 융합연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혁신 키워드다. 기계라는 분야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기술 분야로 인식될 수 있지만 현재 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개발을 분류해 보면 기계 외 타 분야의 비중이 3분의 1에 이를 만큼 융합연구의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기계 분야가 여러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연구원에서 자연스럽게 과거부터 다양한 협력·융합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출연연, 대학 등 11개 기관의 장비, 소자, 재료 관련 전문가가 협력해 반도체 칩을 층층이 쌓아올려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창조경제 실현 출연연 연구 성과 최고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이외에 바이오원유 제조 및 활용 고도화기술 개발, 화학물질 사고 피해 예측 및 대응기술 개발, 달탐사 선행연구 등의 다양한 융합연구과제를 현재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현안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 기계산업 총 생산액과 수출액은 2013년 기준으로 각각 110조원, 505억달러로 세계 6위와 9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후발국가 중 기계산업에서 무역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계산업은 전체적으로는 선전하고 있으나 품목 수준에서는 여전히 취약해 주력 수출 품목 중 점유율 1위를 달성한 품목은 단 1개에 불과하다. 기계산업은 세계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세계 1위 품목을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가스터빈과 같이 그동안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했던 선진국형 기계시스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기계산업 가치창출의 원천을 제품에서 솔루션 제공, 기술 컨설팅 등 서비스 분야로 전환하는'서비스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차별화된 서비스 역량 확보 노력이 시급하다.

―산업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기계기술은 산업 발전의 근간이면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주는 중요 기술 중 하나다. 기계연은 지난 38년간 축적해온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계부품의 신뢰성평가, 원전기기 검증과 기계시스템 안전 등 부품에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기계의 성능과 안전 평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기계부품의 신뢰성 평가는 교통수단과 각종 기계장치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의 품질과 성능을 검증해 고품질의 안전 부품이 사회와 시장에 공급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원전기기 검증과 플랜트 안전 분야에서는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는 기기 및 부품을 극한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뢰성평가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기계는 모든 산업의 기반”
한국기계연구원이 100% 국산기술로 제작한 인천공항 도심형 자기부상열차. 오는 7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나노측정 원천기술, 국제표준으로 채택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1976년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경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기계산업 발전의 기치 아래 상공부 산하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설립됐으며 그동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분리 독립시키고 재료연구소를 부설기관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기계연은 기계분야의 산업원천기술 개발과 성과확산, 신뢰성평가, 시험평가 등을 통해 국가 및 산업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첨단생산장비, 극한기계, 나노융합기계, 환경에너지기계, 기계시스템안전, 의료기계 등이다. 특히 세계적인 나노융합기계기술은 기계연의 자랑이다. 기계연이 보유한 나노 측정 원천기술은 국내 최초로 국제전기기술위원회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돼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이런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9년간 총 85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신규 연구단에 선정됐다.
기계연의 '파동에너지 극한제어 연구단'은 향후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초고속 빅데이터 처리 컴퓨터, 초정밀 안전진단, 초고해상도 의료진단 등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신시장 창출을 목표로 기존 자연계 물질의 물성한계를 극복하는 창조적 개념의 파동에너지 제어 원천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계연은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R&D) 전진기지의 역할도 수행 중이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통합센터 운영뿐 아니라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부산레이저기술지원센터를 활용해 권역별 기업지원 시스템을 구축, 기업을 밀착 지원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약력 △58세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기계공학과 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산업시스템공학과 조교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현) △카이스트 기획부처장 국제협력실장 △독일 에어링겐대 생산공학연구소 훔볼트 펠로 △천안공원 이사장 △한국과학기술평가원 기계전문위원 △카이스트 글로벌협력본부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학부 정회원 △대한기계학회 부회장 △제16대 한국기계연구원장(현)

■수상 △2007년 공업재료 및 가공기술 국제학회(AMPT) 윌리엄 존슨 금메달 △2010년 제10차 제조업 및 경영 글로벌학회 연구업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