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동부제철 채권단은 신용보증기금이 요구한 우선변제권을 해결해야 한다. 신보는 우선변제권을 전제로 동부제철 자율협약에 동의했지만 채권단은 신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동부제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언급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또 동부CNI의 7월 만기 회사채를 막기 위해서는 동부그룹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동부제철과 관련해 채권단과 신보 둘 중에 한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 동부CNI의 경우도 동부그룹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보 우선변제권 인정 여부 관건
동부제철 자율협약과 관련 채권단은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자율협약의 키를 쥐고 있던 신보 역시 한 발 물러섰다. 대신 신보는 우선변제권을 요구했다. 그동안 신보는 동부제철 자율협약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신보는 동부제철 정상화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자율협약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견이다. 신보가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머지 채권단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부담이 커져도 신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보는 회사채 차환발행심사위원회의 일원으로 동부제철 만기 회사채의 일정 부분을 떠안아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보가 회사채 차환에 찬성하지 않으면 자율협약으로 갈 수 없게 된다"며 "워크아웃으로 가게 된다면 채권단의 부담이 너무 커져 신보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 8월에 돌아오는 동부제철 만기 회사채 1100억원으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신보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으로 가게 되면 채권 은행들은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자율협약 시에는 여신의 최대 20% 이내에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워크아웃은 최대 50%까지 쌓아야 한다. 채권 은행들은 동부제철 워크아웃에 따라 1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이 필요한 셈이다.
그럼에도 채권단 관계자는 "신보 역시 워크아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1일 열리는 채권단 회의에서 신보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부CNI 자금 조달 해법 찾아야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또 다른 뇌관은 동부CNI의 7월 만기 회사채(500억원) 상환이다. 동부CNI는 제조업 부문 지주회사다. 동부제철(14.02%)과 동부하이텍(12.43%), 동부건설(22.01%), 동부팜한농(36.8%) 등 제조업 부문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준기 회장 일가는 동부CNI 지분 30%가량을 보유해 이런 지배구조를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동부CNI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부그룹이 제조업은 버리는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부그룹과 금융당국은 동부CNI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동부CNI에 추가 지원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결국 동부그룹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형편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동부CNI 안산공장을 담보로 한 은행권 대출이다.
동부에서도 내심 이 방안을 적극 고려 중이다. 이 방안이 통하면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동부에서 이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면 논의해본다는 방침이다.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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