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3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해낸 다양한 경제적 성과물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국빈방중에 대한 답방형식인 이번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통해 어느때보다 가까운 한·중 밀월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총 11차례 실무협상을 진행해오면서 개방 범위와 양허 수위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연내 타결'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를 앞두고 이번 '한·중 공동성명'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고 못박음으로써 연말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밖에도 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개설 등 다양한 경제교류의 확대 및 심화로, 그동안 제한적으로 진행돼오던 북·중 혈맹관계에 의한 경제적 협력의 틀을 훨씬 뛰어넘는, 사실상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21세기 새로운 경제협력의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중 경제영토 확장으로 아시아 新동맹 구축
이와 관련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브리핑에서 "양국간 정상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연내 타결' 문구가 담겨졌다"며 "상당한 (실무협상의) 진전이 이뤄졌다는 걸 말씀드릴수 있고 지금까지 11차례 협상이 있었는데, 12차 협상을 7월 중 개최함으로써 최대한 빠른 시일내 (연말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났을 때만해도 '조속한 타결 노력'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에 '연내 타결 노력 강화'라는 구체적인 시한을 명시함으로써 양국 정부간 '진정성있는' 타결 노력이 진행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현재 양국간 첨예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분야는 우리측에선 주로 '농산물' 개방 범위이고, 중국측은 '공산품·제조업·석유화학 전자·자동차 부품'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의 경우 그동안 각 국과 FTA 체결때마다 논란이 돼왔던 문제인 데다 중국 측도 제조업의 강국인 우리의 산업적 특성을 감안할 때 자동차, 공산품 등에서 개방여부가 민감한 '숙젯거리'로 남아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오는 11월 자국에서 개최하는 'APEC'때까지 보다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연말 타결' 합의에 종지부를 찍는 일을 잠시 미뤄놓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우리 정부입장에서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참여 논의의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한중 FTA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여지를 남겨놓고 서로에게 유리한 '밀당'을 하는 셈이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 서울 개설은 중국으로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과, 우리로선 대 중국 수출 확대 및 금융기관이 보유한 위안화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국 금융권의 각종 예금이나 파행상품, 채권, 증권시장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수익 다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특정한 지역에서 다양한 금융거래를 위안화로 하는 '위안화 허브 구축'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로서도 원·위안화 거래 활성화는 미래 수익 확보와 결제통화의 다변화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김치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한 중국내 김치시장에 대한 진출의 길도 확보했다. '발효식품'이라는 우리 김치 고유의 특성을 중국내 수입위생 기준에 탄력적으로 반영토록 함으로써 김치한류의 중국본토 공략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우리 농식품부와 식약처, 주중 대사관 등의 협업을 통해 중국 당국과 신속히 접촉, 중국의 김치 수입위생 기준의 개정을 신속하게 유도할 계획이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경제 선도..긴밀한 공생관계 구축
양 정상이 맺은 공동성명의 핵심 메시지는 '공동발전을 실현하는 동반자',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 '아시아의 발전을 추진하는 동반자',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동반자'이다. 세계 G2를 자처하는 중국과 동아시아의 선도적 맹주를 자처하는 우리가 좁게는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넓게는 '세계 평화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긴밀한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관측이다.
양 정상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기울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 우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했다. 여전히 강력한 대북 압박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외교안보 공조 강화로 북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북한의 '핵―경제발전 병진노선'의 무력화를 적극 전파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강화하는 계기도 됐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회담 당사국들간 '의미있는' 노력과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상호 협조 강화도 이끌어 냈다.
한중 FTA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로 양국간 또는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다양한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한류로 대변되는 양국 국민간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인적문화적 교류의 경우 영사협정, 영화공동제작협정 체결 및 양국 관광의 해(2015년 중국관광의 해, 2016년 한국관광의 해) 지정, 인문교류 세부사업 추진, 관용여권 사증면제협정 문안 합의, 2016년까지 인적교류 1000만명 목표 설정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미세먼지 등 환경분야의 교류 협력 강화, 원자력 등 국민안전 강화 협조 등도 이뤄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쌍방향적이고 국민체감적인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치안보분야의 경우 정상간 상호방문 및 외교장관 연례 교환방문 정착, 외교안보 고위전략대화 등 다양한 전략대화 채널 강화, '한·중 청년 지도자 포럼' 신설 및 매년 100명이 상대국 청년 지도자들의 상호방문 초청 등도 성사됐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방중을 재차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함으로써 당분간 양국간 밀월관계는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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