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고속철도로 전후 경제성장을 과시했던 일본이 오랜 경기침체를 끝내기 위해 이번엔 자기부상열차로 승부수를 띄웠다. 주요 대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동시에 열차기술은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추진과 동시에 기술 판매를 위해 미국과 접촉중이라고 전했다.
'중앙 신칸센'으로 불리는 신형 자기부상열차는 자력으로 지상에서 약 10㎝ 떠서 달리는 신형 고속열차다.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열차는 최고 속도는 시속 505㎞에 달한다. 이는 기존 신칸센보다 시속 200㎞ 가까이 빠른 속도며 정상 가동되면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으로 지금보다 절반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공사는 2015년 초에 착공되며 1차 공사구간인 도쿄~나고야 노선은 2027년까지 완공하고 나고야~오사카 구간은 2045년께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추정 공사비용은 900억 달러(약 90조8600억원)로 개통되면 세계 역사상 가장 비싼 철도가 될 전망이다.
도쿄 메이지대학 이치가와 히루 교수는 이번 공사를 두고 "일본 정부의 리더십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도쿄와 나고야를 광역 도시권으로 묶는다면 도쿄의 금융기반과 나고야의 산업 능력이 결합해 동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치가와 교수는 도요타 자동차가 들어선 나고야를 지적하며 "도쿄와 나고야는 향후 일본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자기부상열차기술을 중요한 수출품목으로 개발할 생각이다. WSJ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미 뉴욕과 워싱턴 간 초고속 열차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중앙철도(JR도카이)는 올 4월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와 아베 총리를 함께 초청해 자기부상열차 시승식을 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행보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치바상과대학 하시야마 레이지로 객원교수는 "일본 인구가 21세기 말이면 절반으로 감소할 텐데 이런 초고속 열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새 열차가 들어서도 빈 좌석만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일본 인구는 현재 1억2700만 명이나 이번 세기 중반이면 1억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신규 노선이 기존 신칸센과 달리 산간지방을 관통하도록 설계된 까닭에 대규모 환경파괴도 우려된다. WSJ는 도쿄~나고야 구간의 90%는 터널로 이뤄질 것이라며 수백만㎥의 흙을 파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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