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김원준 기자】 권선택 대전시장의 '의자에 엉덩이 걸치기' 일화는 요즘도 고시 수험생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권 시장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77년 당시 21세의 나이에 행정고시(20회)에, 그것도 수석으로 합격한 뒤 당시 많은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으며 한 인터뷰에서 "의자에 엉덩이를 얼마나 걸치고 있었느냐가 합격의 열쇠"라고 말했다.
권 시장은 지금도 어떻게 해서 고시에 수석합격을 했느냐고 물으면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더 오래 의자에 앉아 집중하느냐가 공부 잘하는 비결이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한 시간 더 공부한 것이 합격의 결실을 보았다는 설명이다.
권 시장은 사실 순탄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않았다. 사춘기 시절 대전중학교 입시에서 낙방했고, 서울대 입시에서도 불합격이라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권 시장은 어릴 때 키가 작아서 늘 교실에선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오히려 작은 키가 남을 더 우러러보고 더 열심히 하라는 운명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고 회고한다.
권 시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1999년 당시 홍선기 대전시장이 내무부(현 안전행정부)에 근무하던 자신을 대전시로 불러들여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별정직 임용 절차를 통해 대전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된 뒤 3월 24일 특별채용 형식을 통해 행정부시장에 임명됐다. 이때는 발령청이 대통령이었다.
부시장을 하면서 주말엔 시청 관용버스에 '주말기동순찰반'을 만들어 대전시 곳곳을 누비며 민원을 해결해 부시장실은 '주말 민원실'이 됐다.
시청에서 청소일을 하는 아주머니 50명과 식사를 하며 소주 50잔을 마신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하다. 아주머니들과 노래방까지 가서 노래를 부르고 헤어지면서 장미 50송이를 마련해 한 송이씩 선물을 하기도 했다.
국가공무원 시절에는 중요한 여러 제도와 기구를 만들어냈다. 1995년 내무부 지방행정과장 재직 때는 지방자치제를 위한 행정구역개편을 맡았고 현재 운용되는 119구조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이후 중앙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권 시장은 '대전의 민심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대전시에 당당히 수장으로 입성했다. 지난해 12월 출마를 결심할 당시 권 시장의 지지율은 불과 9%에 그쳤다. 이번 당선이 '역전 만루홈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권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숫자는 낮았지만 숫자로 읽을 수 없는 시민들의 마음을 읽었다"고 자평했다. 행정고시를 최연소 수석으로 합격한 권 시장은 대전시 정무·행정부시장,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 27년 동안 중앙과 지방행정을 경험했다.
17,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회 복도를 뛰어다녔다'는 말이 돌 만큼 일 욕심이 많았다. 원내대표를 지낼 때는 여야 간 정책 조정과 타협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행정 공무원이 정무부시장으로 갔다가 다시 행정부시장으로 돌아온 경우는 권 시장이 첫 사례다.
■약력 △59세 △대전 출생 △대전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대전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20회 △대전시 정무부시장 △대전시 행정부시장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청와대 인사비서관 △17.18대 국회의원 △대전시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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