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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구조조정 결과놓고금융당국 産銀 제재 논란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점을 두고 금융당국이 KDB산업은행을 사후 검사와 함께 제재키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은행은 당시 STX그룹 지원은 적법절차에 의해 진행됐고, 정부 당국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결과만을 가지고 제재키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강력 반발할 조짐이다.


특히 대기업 지원은 대부분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한국적 특징을 간과했고, 실패한 최고경영자(CEO)는 그대로 자리를 유지시켜 준 채 무조건 해당 은행 책임으로 몰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기업 여신과 관련해 사후 검사를 통해 제재할 경우 앞으로 은행권의 기업에 대한 대출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한계기업들의 자금난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TX 구조조정 놓고 마찰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 종합검사 일환으로 최근 두 번의 특별 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STX 대출과 관련한 여신 제공 과정의 문제를 발견했다.

금감원은 STX 계열사의 신용평가등급을 객관적인 근거 없이 올려주고, STX조선해양의 경우 분식회계 가능성이 최고 수위로 지적됐음에도 오히려 여신을 3000여억원 확대해준 것을 지적했다. 또 STX조선해양에 대해 선박 건조 현황점검도 없어 선수금을 지급해 1000여억원이 넘는 선수금이 계열사 투자액으로 유용된 점도 적발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의 위반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산업은행에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빨리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규정과 원칙을 갖고 STX 구조조정에 임했다는 것.

일단 산은은 분식회계 가능성에 대해 전문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3000여억원이 지원됐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STX조선해양을 감사했고 그 결과 문제가 없어서 지원한 것"이라며 "회계법인이 한 것에 대해 산업은행이 분식회계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또 선수금이 계열사 투자액으로 이용된 것 역시 산은이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산은은 금융당국에 사전 제재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기업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질 듯

그동안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긴밀하게 협조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주요 임원들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기업 구조조정의 현황과 진행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산업은행의 제재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특히 현재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이번 사건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좌불안석이다.

산은은 금융당국의 지지 아래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했지만 이번 건처럼 금융당국이 문제를 삼으면 기업 지원에 더욱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산은 역시 꼬투리 잡힐 지원은 원칙적으로 배제할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자금난에 몰리고 있는 한계기업의 경우 평소에도 은해 대출이 힘든 상황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게 되면 부도 등 극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계기업이 많은 건설과 조선업종 등에는 당장 불똥이 튈 전망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