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계적 방법으로 나노분말 형태의 순수 그래핀을 대량으로 제조하고 이를 씨앗(Seed)으로 이용해 시트형으로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계면제어연구센터 이재갑 박사팀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분말 및 수 십 크기의 시트형 순수 그래핀 제조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제조된 순수 그래핀을 투과전자현미경이 아닌 X레이로 간단하게 증명함으로써 획기적인 그래핀 확인법도 제시했다.
탄소원자가 육각형 모양을 이루는 2차원 물질인 그핀은 탁월한 전자소자 특성으로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나 두께 0.4㎚인 순수 그라핀 제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다중벽탄소나노튜브(MWNT)가 튜브 구조가 아니라 튜브로 보이는 나선형 흑연 구조체라는 것에 착안, MWNT를 기계적으로 파쇄해 5㎚ 크기의 그래핀 분말을 제조했다. 제조된 그래핀 나노분말을 X레이 장치로 분석을 시도한 결과, 그래핀으로 분해 전(MWNT)과, 분해 후 그리고 그래핀 나노분말의 액상처리 후 각 단계에서 특이한 패턴을 확인했다. 이 '특이한 X레이 패턴'으로 순수 그래핀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후 연구팀은 그래핀 나노분말을 기상화학 플라즈마증착(CVD)장치를 이용해 수십 ㎚크기의 시트형 그래핀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일정의 진공용기에 가스를 넣고 전기에너지를 가하면 중성의 가스가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되어 플라즈마가 발생하게 된다. 플라즈마증착방식은 높은 에너지 상태의 플라즈마를 이용해 물질성장에 필요한 활성종 또는 이온을 효과적으로 형성시켜 반응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제조된 시료의 투과전자현미경분석에서 평면으로 보이는 그래핀 시트의 끝단이 한 원자층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자리 조직'이 나타났다"며 "투과전자현미경의 가장자리 조직과 특이한 X레이 패턴이 순수 그래핀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X레이 분석법은 투과전자현미경 분석과 비교할 때 매우 간단하므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순수한 분말상 그래핀 연구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KIST 이재갑 박사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용일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진규 박사, 영남대학교 민봉기 박사, KIST 이경일 박사, 박예슬 씨 및 영국의 헤리엇와트대학교 존 필립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14일 게재됐으며 미국 등 국내외 특허등록 및 출원된 상태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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