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유럽 통합파로 불리는 장 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럽연합(EU)의 새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다.
융커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유럽의회에서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찬성 422표, 반대 250표를 얻었다. 그는 앞으로 조제 마누엘 바호주 현 위원장에 이어 5년간 EU 집행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융커는 지난 2005년부터 7년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의장을 지냈고 지난달 영국과 헝거리를 제외한 EU 26개국의 지지를 얻어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이날 연설에서 융커는 유럽 경제성장과 경쟁력을 위해 3년간 3천억 유로(약 419조1400억원)의 투자계획을 제안했다. 동시에 '자본시장동맹'을 결성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시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본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도 내 놨다.
그는 이외에도 역내 비은행권 금융시장의 통합과 자산유동화시장 활성화를 강조했으며 어음교환소 같은 핵심 시설을 중앙기구에서 관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독일을 비롯한 재정 강경파들의 의견을 존중해 경제개혁을 지속하며 EU 전 지역에 최저임금제를 약속하기도 했다. 융커는 재임기간동안 EU회원국을 더 늘리지 않을 것이며 기존 국가들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영국처럼 그동안 EU회원국의 자율성 및 유로화 반대 입장을 지지하던 일부 국가들은 새 집행위원장에 고까운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사상 최초로 EU 수뇌부 결정 과정에서 유럽의회에 의해 문전박대를 당한 셈이라며 EU의 권력이 점차 유럽의회로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고위 인사들이 점차 독립적인 규제기관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색을 띄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융커는 "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더욱더 정치적인 기구가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FT는 융커가 심각한 반 EU 정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설 중에 "유로화가 유럽을 보호한다"라는 발언으로 유럽의회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오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외교안보 고위 대표등을 뽑을 예정이다. 현재 외교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으로 알기르다스 부트케비시우스 리투아니아 총리는 그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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