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종편 프로그램에 '한방의 우수성'이 부각되면서 한방치료에 대한 우호적 관심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대한 한방치료 효과가 논문으로 검증되면서 기계적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의학의 대표 치료법인 '침술'은 인체의 기혈과 신경계를 조절해 다양한 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보통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다고 하면 가벼운 통증치료를 떠올리지만 난치성질환 중 하나인 이명(귀울림)치료에서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명은 외부의 음원발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체 불명의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는 증상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아직 이명의 과학적인 발생기준을 밝혀내지 못해 단순히 역추적을 통한 유발요소를 찾아내고 그에 맞게 치료에 적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명의 존재를 인식하고 원인은 물론 치료법까지 정립한 상태다. 이명의 주된 원인은 칠정(七情, 스트레스)이 과도해져 간에 화기(火氣)가 넘치거나, 반대로 수기(水氣)를 관장하는 신장이 허약해졌기 때문으로 봤다. 과로, 피로누적,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경락의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명 환자에게 침술의 다양한 침법 가운데 사암침 및 체침은 보사법(원기를 보강하고 나쁜 기운은 제거하는 작용)의 구현과 혈행 및 경혈촉진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사암침법은 한의학 오행이론의 상극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손끝에서 팔꿈치 아래까지의 오수혈(五輸穴)과 발가락에서 무릎아래까지의 오수혈만을 이용해 경락을 조절시켜 치료하는 침법이다. 오행의 핵심혈을 자극하기 때문에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장부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이명에 적용되는 사암침은 신장의 기능을 보(補)하고, 머리와 귀에 몰린 열을 몰아내는(瀉하는)는 효과를 발휘한다.
유종철 청이한의원 원장은 "현대 이명환자들은 간의 열이 안면부에 올라가 있고 신정의 기능이 쇠약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체열변화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는 적외선체열진단에서도 이명 환자의 안면부는 붉은색, 복부와 하체는 파랗거나 검은색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열이 열이 몰려 있거나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 원장은 "이때 사암침은 '보사'의 원의 원리를 통해 간승격(肝勝格 간 기운의 항진돼 있는 것을 해소)하고 신정격(腎正格 신장 기능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아 채워줌)해 이명을 치유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체침은 '아시혈(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지점)' 부근에 집중적으로 침을 놓는 것으로 통증이 있는 인체의 모든 부위가 시술 범위에 해당한다.
실제로 인체는 정신적 긴장이 과도해지면 근육이 경직을 일으키는데 이때 경락도 동반강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기혈순환에도 장애가 발생하기 쉬운데 체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다.
유종철 원장은 "침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변증, 발병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보고 한의사가 판단해 적합한 침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다만 스트레스, 과로, 화병, 면역불균형 등의 문제로 야기된 질환에 침치료는 장부균형과 기혈의 정체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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